트럭 위 5중주 ‘위로의 선율’…발코니에서 얻는 감동

트럭 위 5중주 ‘위로의 선율’…발코니에서 얻는 감동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4-18 13:45
수정 2021-04-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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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8개월 만에 ‘우리동네 음악회’ 재개
공연장 대신 5t트럭으로 ‘이동식 실내악’ 무대
아파트 광장·발코니서 ‘관객’들 뜨거운 화답

17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우리동네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트럭 위에 놓인 무대에서 현악5중주 연주를 하고 ‘관객’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아 음악을 즐겼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7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우리동네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트럭 위에 놓인 무대에서 현악5중주 연주를 하고 ‘관객’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아 음악을 즐겼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 아파트 단지에 클래식 선율이 흐르자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찬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리허설 중인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앞 광장은 곧 근사한 공연장이 됐다. ‘관객’들은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한 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우리동네 음악회’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매년 여러 곳을 찾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1월과 8월 두 차례만 관객을 만난 뒤 8개월 남짓 쉬었다. 새로 태어난 음악회는 무대부터 확 바꾸었다. 그동안 각 자치구 문화 및 복지시설에서 관객들을 맞았지만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부담을 줄이려고 가로 12m, 세로 4m 규모 5t 트럭을 개조해 직접 찾아가는 무대를 꾸몄다. 트럭 위엔 300인치 전광판도 설치했다. 이전엔 관현악 무대도 있었지만 당분간 현악기만으로 ‘이동식 실내악’ 공연이 이뤄진다.
17일 8개월 만에 재개된 ‘우리동네 음악회’ 무대를 가진 김진근(왼쪽) 서울시향 악보위원과 단원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7일 8개월 만에 재개된 ‘우리동네 음악회’ 무대를 가진 김진근(왼쪽) 서울시향 악보위원과 단원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이날은 바이올린(주연경·김미경)과 비올라(안톤 강), 첼로(박무일), 베이스(장승호)의 현악 5중주가 그리그 ‘홀베르 모음곡’ 중 프렐류드와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쇼스타코비치 ‘왈츠’로 따뜻하게 무대를 열었다. 음악에 녹듯 회색빛 하늘도 점점 밝아졌다. 영화 ‘여인의 향기’ 테마곡인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자’(간발의 차이),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등 탱고의 열정이 공기를 더욱 달궜다.

30분쯤 지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었다. 무대를 정비하기 위해 공연이 잠시 중단됐지만 시민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두터운 외투와 담요로 몸을 감싸고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무대 위에서 차근차근 해설을 곁들였던 김진근 서울시향 악보위원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 하늘이 질투를 했나 보다. 그래도 우리의 음악을 멈출 순 없다”며 눙쳤다.
17일 오후 열린 ‘우리동네 음악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사진을 찍으며 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7일 오후 열린 ‘우리동네 음악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사진을 찍으며 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다시 이어진 무대에선 ‘아베 마리아’,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이 잔잔한 감동을 더했다. 1시간 동안 모두 10곡을 다채롭게 선보인 무대에 ‘앙코르’ 요청이 쏟아졌고 단원들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피치카토 폴카’를 보너스로 선물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인근 가구들은 대부분 베란다 문을 열어 두었고, 아예 발코니에 앉아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무대 주변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가장 많았고 가족들과 함께한 시민들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열심히 순간을 담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우리동네 음악회’를 발코니에서 즐기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우리동네 음악회’를 발코니에서 즐기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로열석’에 앉기 위해 공연 40분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는 오선정(42)씨는 “공연장에 가기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좋은 연주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은하(41)씨도 “아이들은 공연장에 가도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데 자유롭게 뛰어놀며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며 한참 동안 여운을 즐겼다.

김 위원도 “이렇게 가까이서 시민들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 뭉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같은 프로그램으로 은평구 신사동에서도 시민들과 만난 서울시향은 다음달 16일까지 모두 5개 자치구에서 13차례 ‘우리동네 음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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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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