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우리가 알던 줄리엣이 아니네

어라, 우리가 알던 줄리엣이 아니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2-28 17:12
수정 2021-03-0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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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초연 박소영·김유미

25~28일 세종문화회관 올 첫 오페라
박 “리릭 소프라노 도전, 전환 포인트
진취적이고 똑똑한 여성상 맘에 들어”

김 “독약 마시기 전 아리아 듣고 전율
요즘 드라마 같은 캐릭터 그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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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노래할 소프라노 김유미(왼쪽)와 박소영. 포토그래퍼 김재형 제공
오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을 노래할 소프라노 김유미(왼쪽)와 박소영.
포토그래퍼 김재형 제공
세종문화회관이 올 시즌 첫 무대를 서울시오페라단 무대로 화려하게 연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다채롭고 박진감 있게 꾸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샤를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는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줄리엣 왈츠’로 불리는 ‘꿈속에 살고 싶어’를 비롯해 아름답고 격정적인 아리아가 강렬하고도 애절한 사랑의 감동을 더하는 작품이다. 줄리엣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며 한껏 들뜬 소프라노 박소영과 김유미를 최근 만났다.

두 사람은 이 무대를 오래도록 기다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전막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이 1년여 만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줄리엣이 되기를 꿈꿔 왔다.

박소영은 오페라 ‘마술피리’ 속 밤의 여왕으로 LA오페라단, 보스턴 리릭 오페라단, 하와이 오페라단 등을 거쳐 201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무대에도 서며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약 8년간 세계 무대에서 밤의 여왕만 50여 차례 맡는 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는 “밤의 여왕, ‘라보엠’ 무제타 등 콜로라투라 역을 많이 했다가 얼마 전부터 서정적인 선율의 리릭 소프라노로 바꾸면서 가장 해 보고 싶던 역할이 줄리엣이었다”고 말했다. “줄리엣이 부르는 아리아들엔 콜로라투라적인 요소도 있으면서 갈수록 리릭 선율을 그려 제가 가진 목소리와 잘 맞는다”며 “성악가로서 인생의 전환 포인트가 되는 고마운 역할”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국내에서 성악을 공부한 뒤 다시 파리 시립음악원과 국립고등음악원 등에서 음악을 다진 김유미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오페라 무대를 꿈꿨다. “대학생 때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전막 오페라를 제대로 처음 봤는데 줄리엣이 독약을 마시기 전 부르는 아리아를 듣고 ‘이런 음악이 있었어?’ 하고 놀랐다”고 했다. “아름다운 선율에 고난도 테크닉의 보컬을 요구하는 이렇게 훌륭한 아리아가 왜 ‘줄리엣 왈츠’보다 유명하지 않은지 궁금했고 항상 이 아리아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께서 번번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 더 성숙해야 한다’고 하셔서 기회를 못 잡았죠.”

오래 마음에 담아 온 꿈을 새로운 시즌을 여는 무대에서 펼치게 된 두 사람이 선보일 줄리엣은 조금 특별하다. “이 작품 속 줄리엣은 진취적이고 똑똑한 여성이에요. 아버지가 결혼할 남자를 찍어 주자 ‘난 결혼에 관심 없고 내가 원하는 세상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게 바로 ‘줄리엣 왈츠’죠.”(박소영)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새롭고 놀라워요. 서로 한눈에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이름도 묻지 않고 사랑을 확인하죠. 줄리엣은 사랑을 쟁취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성향이라 요즘 드라마에 나올 법한 현대적인 캐릭터로 그릴 거예요.”(김유미)

순종적 느낌의 전형적인 줄리엣이 아닌 당찬 여성을 표현하기 위해 줄리엣의 머리 길이가 짧아졌고, 워낙 격정적인 전개에 감정 표현도 복잡해 다이어트 대신 체력 관리에 더 몰두한다고 했다.

샤를 구노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결말을 다르게 해 속도감을 높였다. 서로 시차를 두고 생을 마감하는 원작과 달리 구노 작품에선 독약을 마신 로미오의 몸에 독이 퍼지는 동안 줄리엣이 깨어나 함께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며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동시에 숨을 거둔다. 두 줄리엣은 “훨씬 극적이고 좋은 결말”이라면서 “뜨거운 ‘찐사랑’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만큼 짧고 강렬한 공연 기간, 두 사람은 “누구나 아는 쉬운 소재로 더욱 편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박소영), “잠시라도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만끽하시길 바란다”(김유미)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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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3-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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