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임희영의 조금 특별한 수업
동양인 최초 로테르담 필하모닉 수석“작은 발걸음도 도움 된다면 함께할 것”
첼리스트 임희영(왼쪽)씨가 24일 서울 종로구 뷰티플마인드 마스터클래스에서 김민주씨의 연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제공
뷰티플마인드 제공
첼로를 두고 나란히 앉아 학생의 연주를 주의깊게 듣던 첼리스트 임희영(33)씨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갔다. 임씨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동양인 최초로 첼로 수석을 지냈고 2년 전엔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중앙음악원 첼로교수가 되는 등 각종 최초의 기록을 써 가고 있다. 그가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첼리스트를 꿈꾸는 장애학생 3명과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배일환(55) 이화여대 교수가 만든 문화 관련 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가 장애를 안고 있지만 열정적인 첼리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조홍희(18·덕원예고)양과 서윤직(13·서울왕북초)군, 김민주(21·한국예술종합학교)씨가 임씨의 지도를 받았다.
임씨를 연예인 보듯 장난치던 학생들도 활을 잡자마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랄로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조양에게 임씨가 “랄로의 곡은 캐릭터가 분명하니 주저하지 말고 음악적 표현을 더하면 좋겠다”거나 “군인이 행진하듯” 연주하라며 감정선을 잡아 주자, 아이도 금방 따라 다른 소리를 냈다.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1대1 레슨은 번번이 예정 시간인 40분을 넘겼다.
이 학생들은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에서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장애인, 저소득층 아이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화음은,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마인드’(2018)로 소개되기도 했다.
임씨는 “교수님의 활동에 많이 감명받고 기회가 되면 꼭 동참하리라 생각했다”면서 “제 작은 발걸음이 도움이 되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06-25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