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톡톡’

[공연리뷰] 연극 ‘톡톡’

입력 2016-11-13 22:54
수정 2016-11-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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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증 탈출 향한 ‘웃픈 도전’… 불안사회, 희망을 보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각종 압박에 시달리는 요즘 현대인들은 남에게 말 못할 마음의 병 하나쯤은 갖고 살아간다. 전 세계 인구의 93%가 적어도 하나의 강박증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프랑스 심리 코미디 연극 ‘톡톡’의 무대 위 배우들은 그래서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세상과 유리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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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이 이 분야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의 진료 대기실에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스텐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여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다. 박사의 도착 시간이 늦어지자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하나둘 자신의 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 담아 둔 욕이 수시로 터져 나오는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프레드, 뭐든지 숫자로 계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계산벽을 가진 벵상,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도 참지 못하는 질병공포증후군을 앓고 있는 블랑슈, 늘 무언가를 놓치고 왔다는 불안감 때문에 여러 번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확인 강박증을 지닌 마리, 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어반복증을 지닌 릴리, 바닥의 선을 좀처럼 밟지 못하고 대칭에 집착하는 밥.

각자 마음의 감옥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극은 감옥을 탈출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려 나간다. 처음에 다른 이들과의 소통에 서툴고 의기소침해 있던 사람들은 박사를 기다리는 동안 함께 게임도 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병을 치료하도록 도와주기로 뜻을 모은다. 본의 아니게 자발적으로 집단 치료를 하게 된 것. 6명의 사람은 각자에게 주어진 3분 동안 자신의 불안감을 참도록 노력한다. 프레드는 아이들용 동화책을 읽으면서 욕을 참고 블랑슈는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아도 화장실에 손을 닦으러 가지 않고 밥은 바닥의 선을 밟고 목적지까지 가는 식이다.

각자 자신의 병이 불치병이라고 믿고 좌절했던 이들이 희망의 실마리를 찾아 나오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진다. 어느 순간 관객들도 손에 땀을 쥐고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된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로랑 바피가 집필한 작품으로 2005년 파리 초연 이후 10년간 유럽에서 공연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이 아시아 초연이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맛깔나는 대본과 배우들의 찰떡 호흡은 쉴 틈 없이 웃음을 안겨 준다. 초반 게임을 하는 장면에서 전개가 늘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순발력과 재치가 돋보인다. 정신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나와 그들의 문제도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발견하게 된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 ‘키사라기 미키짱’ 등 코미디 연극을 선보였던 이해제가 연출했다.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 (02)766-6007.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6-11-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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