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막
아이사 혹슨 ‘슈퍼우먼: 돌봄의 제국´.
케이팝 아이돌 그룹처럼 화려한 춤 솜씨를 뽐내는 필리핀 여성 3인조 그룹이 방호복 차림으로 노래를 부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처우는 열악한 의료 종사자들의 실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눈길을 끈다. 비급 감성으로 무장한 이 뮤직비디오는 필리핀 작가 아이사 혹슨이 지난 8일 개막한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출품한 신작 ‘슈퍼우먼: 돌봄의 제국’이다. 혹슨은 전 세계 호텔, 바에서 공연하는 필리핀 이주노동 뮤지션에 착안해 2019년 ‘필리핀 슈퍼우먼 밴드’을 결성한 뒤 뮤직비디오와 공연을 통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자국의 정치·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작업을 해 왔다.
세네갈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무니라 알 카디리의 ‘비누’는 걸프만 지역 아랍인 부유층이 주인공인 TV 연속극 화면에 청소하는 노동자를 합성한 작품이다. 투명인간처럼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위트 있게 꼬집는다.
DIS‘절호의 위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한 해 연기돼 올해 3년 만에 돌아온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하루하루 탈출한다’를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11월 21일까지 열린다.
“대중미디어가 진지하거나 중요한 주제를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다양한 태도와 방법에 관심을 가져 왔다”는 융 마 예술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의 시대에 한층 심화한 인종주의, 젠더, 계급, 정체성, 이주와 환경문제 등을 대중문화의 익숙한 화법으로 풍자하거나 은유한 작품들을 전시장에 펼쳤다. 현실도피의 손쉬운 수단으로 활용되는 대중미디어의 경로를 역이용해 동시대 인류가 겪고 있는 공통적인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스웨덴 케이팝 보이밴드 ‘C-U-T´.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공
보통 비엔날레는 출품작이 방대하고 주제도 까다로워 미술 애호가가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국내외 41팀 58개 작품으로 전시작이 비교적 적고, 드라마, 영화, 케이팝, 광고 같은 대중미디어를 활용한 작품이 많아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2021-09-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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