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이 보여준 公共·無我 미학… 쓸모없는 ‘나’와 ‘남’ 구분짓기 해법“

“촛불혁명이 보여준 公共·無我 미학… 쓸모없는 ‘나’와 ‘남’ 구분짓기 해법“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5-23 23:20
수정 2017-05-24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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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작가 알렉시예비치·고은 시인·김우창 문학평론가가 말하는 ‘우리와 타자’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세션 대담

“지난해 겨울 촛불혁명의 평화 속에서 구현된 공공(公共)과 무아(無我)의 미학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해답 없는 나와 타자의 문제에 대한 사유에도 답을 줄 겁니다.”(고은 시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나와 타자의 경계는 사실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죽음이 도처에 널리고 체르노빌의 방사능진이 사나흘 뒤 아프리카 상공을 나는 세상에서 우리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죠.”(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세션에서 윤상인(왼쪽부터) 서울대 교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고은 시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우리와 타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세션에서 윤상인(왼쪽부터) 서울대 교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고은 시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이 ‘우리와 타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고은 시인, 김우창 문학평론가가 현실세계와 문학 속 ‘우리와 타자’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조세션에서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이웃에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강력한 타자가 즐비하고 내부에는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인에게 특히 절실한 화두”라고 운을 떼며 세 발제자에게 ‘우리와 타자’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고은 시인은 “옛 소련이 망하면서 ‘전체주의로서 우리라는 건 끝났으니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 했는데 이후 우리는 ‘강한 나’를 지향하게 됐다”고 세태를 진단했다. 시인은 “이런 경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나’가 악화되고 강화되면서 오늘날 일본, 중국, 미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으로 굳어졌다”며 “인류의 많은 고민과 설계에도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야만의 상태가 계속되고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고통과 소외를 불러올 때 ‘나’와 ‘타자’에 대한 구분 짓기는 쓸모없는 명분이 된다”고 지적했다.

알렉시예비치도 고은 시인과 교감을 이뤘다. 그는 “기술이 우리를 앞질러 가고 대재앙을 낳으면서 우리가 쌓아 올린 문화가 낡은 궤짝과 같다는 생각에 가끔 절망하곤 한다”며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처럼 우리 지식의 범주를 벗어난 사건과 새로운 세상이 열린 만큼, 이런 문제들에 대답할 여력이 부족한 우리는 나와 타인에 경계를 두지 말고 평화롭게 공존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우창 교수는 “세계화의 시대에 여러 문화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삶의 테두리에서 여러 차이를 승화하고 지향해야 문명의 진정한 진전과 인간 삶의 융성이 가능해진다”며 “이 과정에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그 아래 있어야 하는 것은 인간 생존의 성스러움과 신비에 대한 느낌”이라고 조언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5-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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