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된 예술섬 신안 압해도… 발길 붙드는 ‘그라피티’ 새옷

갤러리 된 예술섬 신안 압해도… 발길 붙드는 ‘그라피티’ 새옷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24-07-09 00:10
수정 2024-07-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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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섬 1뮤지엄 ‘위대한 낙서마을’ 추진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원·덜크
임대 아파트·읍사무소 벽면에 작업
지역 대표 생물 짱뚱어 등 그려 넣어
인구 소멸 지역 관광객 유입 기대감
“내 부모님은 어린 나를 박물관에 데려간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돈도 없었고 교육받지도 못했죠. 하지만 ‘열려 있는 박물관’인 길거리 예술로 내 인생이 바뀔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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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이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하는 아파트 벽에 작업하고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모습. 어반브레이크 제공
신안군이 신혼부부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하는 아파트 벽에 작업하고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모습.
어반브레이크 제공
지난 5일 전남 신안의 관문이라는 압해도에서 만난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원(61)은 신안군과 어반브레이크가 추진 중인 ‘위대한 낙서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도시와 달리 예술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적은 이곳 주민이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인구 소멸 지역인 이곳에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미국 출신인 존원은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받았으며 LG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수많은 협업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왔다. 섬으로 유입된 신혼부부에게 월세 1만원에 임대해 주는 아파트 ‘팰리스파크’ 2개의 벽면이 그의 캔버스가 됐다.

존원은 “길거리 예술은 도시와 연관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감상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이런 곳에서 작품을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길거리 예술을 통해 누가 이 작품을 했는지, 왜 했는지, 이걸 통해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예술에 관심이 생겼던 것처럼 누군가도 그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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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덜크가 전남 신안 압해읍사무소 벽을 장식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을 주로 그리는 덜크는 신안의 대표 갯벌 생물인 짱뚱어 등을 그려 넣었다.  윤수경 기자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 덜크가 전남 신안 압해읍사무소 벽을 장식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내용을 주로 그리는 덜크는 신안의 대표 갯벌 생물인 짱뚱어 등을 그려 넣었다.
윤수경 기자
또 한 명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덜크(41)는 읍사무소의 회색빛 노출콘크리트 벽면을 연다홍빛으로 바꿔 놓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홍보대사로 동물과 자연의 아름다움, 환경오염의 파괴성을 작품으로 표현해 온 작가답게 신안의 대표 생물 짱뚱어를 포함해 달랑게, 저어새, 쇠제비갈매기 등 신안 갯벌 동물을 그려 넣었다. 특히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호랑이를 함께 그려 냈다. 덜크는 “고향인 스페인 발렌시아도 바다가 있는데, 신안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 역시 인상 깊었다”며 “여기(압해도)에 오기 전에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왔지만 이곳의 자연환경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했다.

그의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동물 얼굴마다 그려진 동심원이었다. 그는 “일종의 과녁인데, 멸종 위기 동물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들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를 그려 넣기도 했다.

오는 9월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아티스트 빌스가 신안을 방문해 자신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세 명의 아티스트 참여를 시작으로 ‘위대한 낙서마을’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1025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이 프로젝트를 비롯해 15개 섬에 미술관 26곳을 건립하는 ‘1섬 1뮤지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조각가 앤터니 곰리,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 덴마크 출신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2024-07-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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