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러운 조계종… ‘한상균 위원장을 어찌할까’

곤혹스러운 조계종… ‘한상균 위원장을 어찌할까’

입력 2015-12-07 13:22
수정 2015-12-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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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위원장 “나갈 수 없다”에 종단과 사찰 반응 온도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7일 “지금 당장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 위원장의 은신을 용인해 온 대한불교조계종은 곤혹스러운 상태에 빠졌다.

조계사 신도회로부터 2차 민중총궐기 다음날인 6일을 퇴거 시한으로 받은 조계종과 조계사는 한 위원장이 중재를 요청했던 평화로운 집회가 이뤄지면 스스로 걸어나갈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함에 따라 대화를 주도한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조계사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일단 조계종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화쟁위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전망이다.

화쟁위는 한 위원장이 “노동개악이 중단되면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과 함께 출두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 현안을 다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빨리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화쟁위는 오는 8일 오전 연석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고자 조계종이 구성한 기구인 화쟁위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화쟁위에 평화로운 집회,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법 개정 추진 등 세 가지의 중재를 요청한 바 있지만, 평화로운 집회 외에는 화쟁위가 나서서 중재를 시도할만한 사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한 위원장을 끌어안으며 각계 인사를 만나온 화쟁위가 대화를 중단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화쟁위 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지난 5일과 6일 한 위원장을 각각 두 차례 만나 자진 퇴거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도회를 상대로 한 위원장의 6일 퇴거를 약속했던 조계사는 한 위원장의 입장 발표로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져 한 위원장의 결정을 원망하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처사는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다”면서 “앞으로 일정이 많아 나가주길 희망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조계사가 가진 소도의 위상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까 우려된다”며 “앞으로 신도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계사 신도들은 이날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회견문을 대독하자 “왜 나가지 않는 것이냐”, “약속을 지켜야지”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조계사 신도회는 회의 소집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흥분한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을 끌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체류가 장기화하고 화쟁위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경찰의 강제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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