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6일 감독 아닌 발레리나로 ‘나비부인’ 한국초연 무대
“은퇴 전에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한 번이라도 무대에서 같이 호흡하고자 하는 마음이 매우 큽니다. 100% 결정하기 전까지 말은 못하지만 2015년에 국립발레단과 호흡을 맞출 생각이 있습니다.”발레리나 강수진
2016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2일 은퇴 전에 예술감독이 아닌 무용수로서 국립발레단과 함께 공연을 하고 싶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발레 ‘나비부인’ 한국 초연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갤러리 마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지난 2월 취임한 그는 예술감독직 수행을 위해 내년 11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오네긴’ 무대, 2016년 7월 22일 은퇴 무대 그리고 일부 갈라 공연을 제외하고는 예정된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한 바 있다.
강 예술감독은 국립발레단이 내년 첫 작품으로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나비부인’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발레단의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이 강수진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오는 4∼6일에는 46세,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인 강수진이 무대에 서는 한국 초연이 예정돼 있고, 내년 3월에는 국립발레단이 강수진이 아닌 새로운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린다.
강 감독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되고 나서 와 보니 아름다운 발레리나, ‘나비부인’들이 아주 많았다”며 “그래서 엔리케 감독에게 한국에 직접 와서 단원들을 보고 직접 나비부인을 뽑으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비부인’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국립발레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저 이후에도 이렇게 좋은 역할을 계속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고, 무용수들이 또 다른 색깔의 발레를 배우고 표현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엔리케 예술감독은 “아직은 강수진밖에 안 보인다”라며 강수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강수진은 “발레리나로서는 안무가가 직접 나를 위해 안무를 해준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이라며 “한국에서 작품을 올릴 수 있게 돼 기쁘고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도 잘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비부인은 스토리가 워낙 유명한 데다 음악과 무용 등 다양한 색깔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 심심하지 않죠.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잠깐이라도 잠 잘 시간이 없을 만큼 매력적일 겁니다. 최선을 다해 혼을 담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강수진은 “엔리케 감독이 처음 저에게 이 역을 제안하면서 ‘너만의 나비부인을 만들라’며 모든 것을 내게 다 맡겼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다”며 “이 작품을 책으로 읽었을 때 나비부인에 대해 느낀 모든 면을 다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나비부인이 자결하기 전 장면을 꼽았다.
”2막 죽기 전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요. 자살하기 전 나오는 마지막 독무인데, 굉장히 슬프고 정말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가 국제적 우려를 낳는 가운데 일본인 게이샤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스토리는 미국과 일본의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이고 제 경우 나비부인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라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작품을 할 때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예술”이라며 “예술가들에게는 (작품)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푸치니 동명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발레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의 게이샤 초초상과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핑커톤에게 버림받은 초초상은 결국 자결을 선택한다.
’강수진이 아니었다면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온 엔리케 예술감독은 ‘나비부인’이 왜 꼭 강수진이어야만 했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나비부인’이라는 작품 자체만으로는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강수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훌륭한 무용수들은 많이 있지만, 수진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어요. 영혼에서 울려나오는 성숙함과 깊은 내면을 대중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무용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함을 강조해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수진이 어린 나이에 외국에 가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사랑하는 것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것과 나비부인이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희생을 한 것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며 “강수진은 감성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면을 갖고 있고, ‘철의 나비부인’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열정을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