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와즈다’

<새영화>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와즈다’

입력 2014-06-10 00:00
수정 2014-06-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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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첫 여성감독 만수르 “당당히 말하는 용기 주고 싶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평범한 가정의 10세 소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 여자들만 다니는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매니큐어도 칠하지 못하고, 남자들이 지켜보는 곳에선 놀지도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어느 날, 자신을 놀리고 달아나는 압둘라(압둘라만 알 고하니)의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엄마(림 압둘라)는 자전거를 타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며 사 주지 않는다. 보수적인 사우디에서 여자가 자전거를 타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싶은 와즈다는 편지 전달하기, 팔찌 만들기 등의 부업으로 자전거 살 돈을 모은다. 그러던 중 1천 리얄의 상금이 걸린 코란 암송대회가 학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와즈다는 출전을 결심한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와즈다’는 사회적 금기에 도전한 어린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2012년 밴쿠버영화제에서 신인 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2012~2013년 14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는 ‘자전거 타기’라는 단순한 소재를 바탕으로 사우디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의 현장을 담담한 필치로 전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벗은 몸과 같아서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대사를 비롯해 백화점에 여성 전용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 생리 중일 때는 코란에 손도 대지 못하는 장면 등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신기한 규제들이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속에 그려진다.

이야기가 흡입력이 있는 데다가 와즈다를 연기한 와드 모하메드의 연기도 물처럼 극에 잘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사우디의 불합리한 남녀 차별을 관조할 수 있다.

’와즈다’는 전 세계에 소개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그 덕택에 사우디 여성들은 공개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사우디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출품되기도 했다.

이처럼 결과는 좋았지만, 애초 영화를 만들 때는 상당한 곤욕도 치렀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영화를 촬영할 당시 남성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감독은 자동차 안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려야 했고, 현지 주민들의 방해에도 맞닥뜨렸다.

만수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일부 사람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촬영에 지장을 많이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기가 어려웠다. 대단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의미에 대해 “영화를 통해 사우디의 여성들뿐 아니라 억압받는 수많은 여성이 자신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이 존엄한 존재라는 걸 부정하는 뿌리깊은 사우디의 전통을 파괴하긴 어렵다”며 “다만 그러한 편견은 편협한 종교적 해석과 맞물려 있기에 개선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6월19일 개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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