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여성만 입장하는 19禁 ‘미스터쇼’ 가보니

<공연리뷰> 여성만 입장하는 19禁 ‘미스터쇼’ 가보니

입력 2014-03-30 00:00
수정 2014-03-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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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 내내 비명과 환호성 가득 “섹시하고 유쾌”성 상품화 논란은 계속…여성, 性소비 주체될까

‘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최초의 성인쇼, 남성은 출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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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최초의 성인쇼, 남성은 출입 불가’란 문구를 내건 박칼린(47) 연출의 ’미스터 쇼’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섹시하되, 건강했다”는 평이 많지만, 남성의 성(性)을 상품화한 상업적 쇼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쇼프로덕션
‘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최초의 성인쇼, 남성은 출입 불가’란 문구를 내건 박칼린(47) 연출의 ’미스터 쇼’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섹시하되, 건강했다”는 평이 많지만, 남성의 성(性)을 상품화한 상업적 쇼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쇼프로덕션


지난 27일 베일을 벗은 박칼린(47) 연출의 ‘미스터 쇼’는 이 같은 도발적인 문구로 개막 전부터 화제 몰이에 확실히 성공했다. 호기심이 생긴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불쾌하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남성의 성(性)을 버젓이 상품화하는 스트립쇼에 ‘공연’이란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는 지적들이었다.

그리고 ‘미스터 쇼’는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27일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공연에 돌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했던 것만큼 섹시하고 노출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쇼이지만, 끈적하거나 야릇한 분위기는 아니다.

400석 관객석을 가득 메운 여성들은 빨래판 같은 복근이 선명한 ‘미스터’ 8명을 향해 소리를 내지르고, 환호성을 보냈다. “어머”, “대박”, “꺄악”, “완전 멋있다”, “어떡해” 등과 같은 비명 섞인 탄성이 70분의 공연 시간 내내 이어졌다.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의 여대생들부터 퇴근길에 들른 듯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 평범한 ‘아주머니’ 그룹까지 객석 연령층도 다양했다.

닭 가슴살을 먹어가며 헬스장에서 사투를 벌인 게 분명해 보이는 평균 신장 185㎝의 ‘근육질 훈남’ 8명은 “이 중에 이상형이 없으면 당신은 외계인”이라는 소개대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갖췄다.

공연도 8가지 테마로 나뉘어 여성들이 지녔을 법한 여러 ‘판타지’를 공략한다. 이들은 테마별로 흰 티에 청바지, 선이 잘 빠진 정장, 제복, 무술복 등을 입고 등장해 약간의 연기와 춤 등을 선보인다. 배우도, 무용수도 아닌 이들의 퍼포먼스는 영 어색하고 어설픈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공연의 핵심은 이들의 섹시한 몸, 그 자체에 있다. 출연진들은 거의 모든 테마를 옷을 벗거나 찢으며 마무리하는데, 찢긴 옷 사이로 드러난 선명하고 탄탄한 근육의 향연에 객석은 까무러칠듯한 호응을 보낸다.

수위는 결코 약하지 않다. 말끔한 정장을 입고 등장한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반투명 샤워 부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수건만 두른 채 춤을 추다 암전과 동시에 훌렁 수건을 벗어 던지기도 한다. 유리 부스 안에서 가죽 팬티만 입은 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는 장면은 다소 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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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최초의 성인쇼, 남성은 출입 불가’란 문구를 내건 박칼린(47) 연출의 ’미스터 쇼’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섹시하되, 건강했다”는 평이 많지만, 남성의 성(性)을 상품화한 상업적 쇼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쇼프로덕션
‘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 최초의 성인쇼, 남성은 출입 불가’란 문구를 내건 박칼린(47) 연출의 ’미스터 쇼’ 지난 27일 베일을 벗었다. ”섹시하되, 건강했다”는 평이 많지만, 남성의 성(性)을 상품화한 상업적 쇼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미스터쇼프로덕션


그러나 이 쇼의 가장 큰 특징은 ‘섹시함’ 만큼이나 ‘유쾌함’에, ‘육체적 판타지’ 만큼이나 ‘심리적 판타지’에 방점을 찍어 수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섹시하되, 건강한 쇼를 만들겠다”는 박칼린의 노련함은 이곳저곳에서 드러났다.

거칠게 찢어버린 청바지 아래에 ‘곰돌이 푸’와 ‘피글렛’ 모양의 팬티가 드러나고, 테마 사이사이에는 입담 좋은 MC가 투입돼 객석에 웃음 폭탄을 안기는 식이다.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8명의 남성이 번쩍 들어 올리고 끌어안으며 서로 구애를 펼치자, 객석에서는 가장 큰 비명이 터져 나왔다.

70분의 공연이 끝나고 만난 관객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호기심으로 회사 동료와 공연장을 찾았다는 김모(33)씨는 “민망한 공연이면 어쩌나 걱정도 조금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며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 놀라긴 했지만, 수위 자체로만 보면 걸그룹 섹시 댄스와 비슷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대학생 신모(23) 씨도 “벗는 게 전부가 아니고, 여자들이 꿈꾸는 로망들 다 다룬 것 같다”며 “남자친구한테도 즐거웠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등에서는 이번 공연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의 성 상품화에 대해서는 그토록 금기시하면서, 남성의 성을 상품화시킨 공연은 어떻게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는 지적 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스터 쇼’에 쏟아지는 불편함은 ‘섹시함과 성(性)을 무대화할 수 있는가’가 아닌 ‘여성이 성 관련 문화의 소비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미스터 쇼’의 등장과 이에 대한 관심은 더는 남성만이 성 문화의 소비자가 아님을, 여성도 성 소비의 주체가 됐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존 관념을 뒤집는 변화는 늘 불편함과 논란을 수반한다. 이번 논란이 여성들의 욕망을 어떻게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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