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하지 말라는 정부, 먼저 사과해야”

“집회하지 말라는 정부, 먼저 사과해야”

입력 2011-02-08 00:00
수정 2011-02-0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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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내정자 이은봉 교수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새 사무총장에 이은봉(57) 시인이 내정됐다.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 내정자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이어서 현 정부와의 관계 개선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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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교수
이은봉 교수
작가회의는 문인들의 집회 불참 확인서를 요구한 정부와 해를 넘겨 갈등 중이다.

작가회의 측은 7일 “지난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위암 투병 중인 김남일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이 시인을 내정했다.”면서 “오는 26일 정기총회를 열어 이 내정자를 인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회를 통과하면 이 시인은 김 사무총장의 잔여 임기 1년을 이어받게 된다.

작가회의 측은 사무총장 인준 절차가 끝나는 대로 공석인 자유실천위원장과 통일위원장 후임도 정해 조직 정비를 끝낼 방침이다.

총회 인준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한사코 인터뷰를 꺼리던 이 내정자는 “1970년대 이후 자유문인선언, 호헌 철폐 등 민주주의 가치를 움켜쥐고 싸워 온 역사가 곧 작가회의 역사”라면서 “집회를 갖지 말라는 (정부의) 요구는 작가회의를 해체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못 박았다.

따라서 “(확인서 요구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단호히 잘라 말하는 이 내정자는 다만 “현 정부 안에도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들이 있는 만큼 대화 자체를 차단할 생각은 없다.”고 밝혀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 내정자는 현 정권의 이른바 실세들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물밑 조정자 역할에 기대가 모아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2월 작가회의 측에 불법시위 불참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연간 지원금 3400만원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작가회의 측은 “돈으로 작가 영혼을 구속하려 든다.”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2000여명의 회원을 둔 작가회의는 이후 문예지 등에 정부를 성토하는 ‘저항의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김병익 문학과지성 사장이 사재를 털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는 돈을 내놓았지만 작가회의 측은 대(對) 정부 항의 차원에서 계간지 ‘내일을 여는 작가’를 정간한 상태다.

이 내정자는 198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재창립과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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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2-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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