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영화제 초청작 특징과 수상작들

올 칸영화제 초청작 특징과 수상작들

입력 2009-05-26 00:00
수정 2009-05-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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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핏빛·폭력 유난히 많아, 亞작품 약진… 장편경쟁의 30%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24일(현지시간) 뜨거운 축제의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 7시15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 및 시상식에서는 12일간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아쉬움과 수상의 기쁨이 동시에 오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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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다섯 번째 도전만에 ‘하얀 리본’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 2001년 ‘피아니스트’로 심사위원 대상을, 2005년 ‘히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에게 칸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겨준 ‘하얀 리본’은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둔 독일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파시즘의 근원과 영향을 파헤치는 흑백영화다. 그는 시상식에서 “때때로 아내가 ‘당신은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데, 오늘만큼은 매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라고 기뻐했다.

올 영화제의 경쟁부문 초청감독들은 칸을 처음 찾는 이가 없을 정도로 면면이 화려했다. 이중에는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은 쿠엔틴 타란티노, 켄 로치, 라스 폰 트리에, 제인 캠피온 등 4명의 거장들도 포함돼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월츠는 “이 상은 란다 대령(배역)과 그를 만들어낸 독창적 창작자 타란티노 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에서 열연해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프랑스 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내 생애 가장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안겨준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올 칸영화제는 ‘핏빛’과 ‘폭력’을 내세운 영화들이 유독 많았다. AFP 통신은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와 박찬욱의 ‘박쥐’ 등을 사례로 들며 “타란티노가 보여준 ‘끔찍함과 피비린내’는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여러 작품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티크라이스트’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남자의 성기를 돌로 짓이기는가 하면, 여성의 성기를 가위로 잘라내는 등 유혈이 낭자한 표현으로 충격을 던져줬다. 이밖에도 심사위원 대상에 오른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예언자’와 감독상을 받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의 ‘키너테이’는 과도한 폭력묘사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 칸영화제에서는 아시아의 약진이 돋보였다. 20편의 장편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아시아 영화는 ‘박쥐’를 비롯해 6편에 이르렀다. 수상작에서도 심사위원상(‘박쥐’)을 비롯해 감독상(‘키너테이’), 각본상(‘스프링 피버’) 등 주요 3개 부문을 가져갔다. 물론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대상을 휩쓴 유럽의 강세도 여전했다. 다만 할리우드 영화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가 유일해 약세를 보였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9-05-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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