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작성한 영국 前정보요원이 기자 책에서 주장 출처 신뢰도는? “美정보기관 신뢰·국무부 정책에도 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점이 담긴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작성한 영국의 전직 베테랑 정보요원이 문건의 “정확성이 70∼90%라고 믿는다”고 말했다.“러시아 성접대 등 ‘트럼프 X파일’ 정확성 70∼90%”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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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기자 루크 하딩이 펴낸 이 책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위해 어떻게 개입했는지 다루고 있다.
하딩에 따르면 스틸은 자신이 ‘트럼프 X파일’에 담은 내용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트럼프와 그의 측근, 러시아 정부 간의 접촉에 관해 깊이 파고들어 가면 모두 입증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딩의 책에서 스틸은 “나는 이 나라(러시아) 문제를 30년간 다뤄왔다. 내가 왜 이런 걸 지어내겠나”라고 반문했다.
책에 따르면 스틸이 작성한 ‘트럼프 X파일’을 미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 중에는 그가 오래전부터 러시아에 관한 신뢰할만한 정보들을 제공해왔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스틸은 개인의 의뢰로 2014∼201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문건 100여건을 작성했다.
당시 이 문건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빅토리아 뉼런드 전 국무부 차관에게도 전해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이어 동부 지역 친러 반군들의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한 데 대한 미국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시 스틸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준 소식통들이 이번에 트럼프 X파일에 담긴 정보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X파일에는 2013년 트럼프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된 섹스 테이프와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공모한 정황 등 트럼프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은 앞서 수년 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비리에 관해 수집한 정보를 로마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전달해 미 사법당국이 FIFA 고위 관계자 7명을 체포하는 데에도 공을 세운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미 정보당국은 스틸이 수집하는 정보를 신뢰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틸은 MI6에 소속돼 있던 1990년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소속 직원으로 신분을 속여 러시아에 파견됐다가 1993년 임무를 마치고 러시아를 떠났다.
그러다 1999년 MI6 요원들의 신상이 유출되면서 그는 모스크바에 파견되는 대신 런던에서 러시아 담당 책임자로 일하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독살사건 조사를 이끌었다.
스틸은 2009년 MI6를 떠나 전 동료와 사설 정보업체 ‘오르비스’를 설립했다.
오르비스는 워싱턴에 뿌리를 둔 정보업체 ‘퓨전 GPS’의 의뢰로 트럼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6월부터 11월 초까지 트럼프에 관한 자료 16건을 제출했다.
그러나 스틸의 정보원들은 트럼프의 러시아 유착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고 책은 전했다.
스틸은 정보원들로부터 수집한 정보에서 확인된 트럼프 측과 러시아 간의 공모 정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가 지인들에게 “누구든 그 문건을 읽는다면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틸은 지난해 6월 ‘트럼프 X파일’을 들고 로마에서 과거 자신이 FIFA 관련 정보를 전해줬던 FBI 요원과 만나 이를 전달했고 이후 지난해 9월 다시 FBI 조사팀 전원을 만났다.
스틸은 책에서 당시 자신의 정보를 접한 FBI 요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충격과 경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FBI는 지난해 11월 8일 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스틸에게 알려왔고 스틸의 FBI 내 지인은 이후 아예 침묵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스틸은 자신이 FBI에 “방사성 뜨거운 감자”(radioactive hot potato)를 건넨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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