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50일… 회복 아득
폭우로 텐트 침수되고 식수 부족
임시 주택 컨테이너도 설치 감감
라마단 지키며 일상 복원 발버둥
아이들은 임시 학교서 ‘반쪽 수업’
지진으로 초토화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 폭우가 내린 뒤인 지난 26일(현지시간) 아드야만의 이재민 텐트촌에 한 쿠르드족 여성이 신생아를 품에 안은 채 텐트 앞에 앉아 있다.
아드야만 AFP 연합뉴스
아드야만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인 가지안테프 누르다이의 한 텐트촌에서 13명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이브라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그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이 임시로 설치된 학교에서 반나절 동안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브라임은 “숙제도 없고 오후에 잠깐 가는 ‘절반’짜리 학교지만 아이들이 이제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교육 봉사자가 더 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텐트에서의 생활은 이들에게 큰 도전이었다. 이브라임은 “아이가 6명인데 난방이 안 되는 텐트에서 한 달 넘게 지내다 보니 아이들이 감기에 심하게 걸려 인근 ‘임시 병원 텐트’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며 “정부에서 임시 주거 시설인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는데, 이재민에 비해 컨테이너는 턱없이 부족해 감감무소식인 상태”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초토화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에 폭우가 내린 뒤인 지난 26일(현지시간) 아드야만의 무너진 집의 잔해 앞에서 아부제(65)가 어린 손녀들과 함께 먹을 차와 간식을 준비한 뒤 앉아 있다. 지난달 6일 규모 7.8의 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한 튀르키예의 지진 생존자 수십만명은 임시 텐트와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아드야만 AFP 연합뉴스
아드야만 AFP 연합뉴스
지난 15일 샨르우르파와 아드야만에 내린 폭우는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됐다. 당시 폭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가 텐트촌을 덮치며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살아남은 이재민들도 텐트가 침수되면서 피해를 입었다. 아드야만에 사는 오잔(22)은 “물이 충분하지 않아 텐트를 청소하기도 어려운 환경인데 이대로면 사람들의 건강과 위생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서 “추운 날씨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곧 찾아올 여름”이라고 했다. 이어 “텐트에는 냉방 시설이 없어 더운 날씨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오잔은 “튀르키예 뉴스와 온라인 사이트만 봐도 모두가 벌써 지진이 난 이곳을 잊은 것 같다”며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23-03-2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