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인권탄압 견뎌 온 100일
다에이 아내·딸 두바이행 비행기
예정 없던 곳에 내리게 해 붙잡아
유명인사들 목숨 걸고 입장 표명
사망 507명중 69명이 미성년자
시위자 2명 처형… 26명에 위협
이란 당국이 26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자국 ‘축구 영웅’ 알리 다에이의 가족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드러나 보복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09년 1월 이란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다에이.
테헤란 AP 연합뉴스
테헤란 AP 연합뉴스
이란 관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축구 전설’로 불리는 알리 다에이(53) 전 국가대표 선수의 가족이 수도 테헤란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돌연 항로를 바꾸는 통에 출국하지 못했다. 이 비행기는 테헤란을 떠난 후 걸프만에 위치한 이란령 키시섬에 기착했다. 당국은 그곳에서 다에이의 아내와 딸을 붙잡았다.
이란 당국은 이들이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에이는 “만약 (출국이) 금지됐다면 경찰의 여권 조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여 줬어야 한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2007년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 공격수로 A매치 109골을 넣는 등 세계 기록을 세운 이란의 영웅이다. 그는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해 왔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135만명에 달한다. 이달 초 테헤란에 있는 그의 식당 등이 폐쇄된 데 이어 가족까지 억류된 게 보복 조치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 이란 여성이 이슬람 성직자의 터번을 벗기려고 달려드는 장면.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이란의 젊은이들이 성직자들의 터번을 벗기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뉴욕포스트 트위터
뉴욕포스트 트위터
지난달 카타르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로 국가를 제창하지 않는 ‘침묵시위’를 벌인 뒤 당국으로부터 처벌 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CNN 보도가 나왔다.
이란 인권운동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1만 8500여명이 체포됐고, 유혈 진압으로 숨진 507명 중 69명이 미성년자로 드러났다. 이와 별도로 보안부대원 66명도 사망했다. 나아가 국제적인 사형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이란 사법당국은 시위자 2명을 처형한 데 이어 최소 26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위협하고 있다.
덩달아 이란 리알화 가치는 이날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41만 5400리알로 하락했다. 리알 가치는 지난 9월 시위 시작 이래 24% 급락했고, 인플레이션은 공식 통계로도 50%에 육박한다.
2022-1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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