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에 가세한 학생 사망자 속출… 이란 강경진압 딜레마

히잡 시위에 가세한 학생 사망자 속출… 이란 강경진압 딜레마

이태권 기자
입력 2022-10-18 20:08
수정 2022-10-1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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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미만 학생들 벌써 27명 희생
이란 정부 폭력 탄압에 사태 악화

1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밖에서 이란 여성들이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덕경찰에 붙잡혀 옥살이를 하다 사망했다. 2022.10.17  AP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이란 영사관 밖에서 이란 여성들이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덕경찰에 붙잡혀 옥살이를 하다 사망했다. 2022.10.17
AP 연합뉴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옥살이하다 숨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학생들의 사망이 잇따르면서 폭력 진압을 계속하던 이란 정부가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17일(현지시간)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란 시위에서 숨진 사람은 최소 215명이다. 18세 미만 미성년자만 27명에 이른다.

CNN은 세페리 파 IHR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이란 당국이 미성년자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 연구원은 “성인 시위대를 범죄화하는 것은 쉽지만 미성년자인 10대들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은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리 파다비 이란혁명수비대 부사령관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당국이 체포한 시위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15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시작된 시위는 초반만 하더라도 여성 참가자가 대부분이었지만 대학생들과 노동자, 청소년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전국 단위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란 인구의 절반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태어나 강제 애국교육을 받은 세대임에도 많은 이들이 시위에 동참하면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위는 지난달 23일과 30일 각각 시위 도중 숨진 고등학생 사리나 에스마일자데(16)와 니카 샤카라미(16)의 죽음으로 한층 더 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보안군이 휘두른 지휘봉에 머리를 구타당해 목숨을 잃은 뒤 반정부 시위대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다.

마지드 미라흐마디 이란 내무부 차관은 샤카라미에 대해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밤길을 배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인한 상태다.

IHR은 세이스탄과 발루치스탄, 테헤란 등 이란 전역 19개 주에서 시위 사망자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위원장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란 도덕경찰국장 등 이란인 11명과 4개 이란 기관을 여행 금지 및 자산 동결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2022-10-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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