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에 희생된 아프간 가족 17만원 배상, 나귀 여섯 마리엔 107만원

영국군에 희생된 아프간 가족 17만원 배상, 나귀 여섯 마리엔 107만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9-24 11:22
수정 2021-09-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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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다. 영국군 병사들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피해를 입힌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들은 289명이나 됐다. 이들에게 배상한 금액은 68만 8000 파운드(약 11억 1100만원), 일인당 평균 2380 파운드(약 384만원) 밖에 안된다.

그 중 한 가족에게는 104.17 파운드(약 17만원)를 주고 모든 배상을 끝내버렸다. 나귀 한 무리를 죽인 대가로 지불한 돈보다 훨씬 적은 돈이었다. 영국 국방부(MoD)는 과거와 미래의 손실, 현지 관습 등을 포함해 법적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선단체 무장폭력 행동(AOAV)이 분석한 2014년까지 자료에 따르면 영국군은 헬만드주에서 전투 작전 도중 보상해달라는 7000건의 신청에 돈을 지불했다. 가장 나이어린 희생자는 영국군의 지뢰 제거 작업 때문에 충격을 받고 숨진 세 살 어린이였다. 289명의 희생자 가운데 적어도 16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었다.

영국 정보자유법에 따라 이런 식으로 영국군의 아프간 민간인 피해 규모와 보상 규모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AOAV의 머리 존스는 “영국군 스스로가 아니라 자선단체가 이런 자료들을 살펴본다는 것이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보상액은 천차만별이었다. 2008년 2월 가장 적은 104.17 파운드를 보상받은 가족은 한 명이 희생됐고 재산 손실을 인정받았다.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지만 민간인 희생 배상액으로는 최저였다.

반면 캠프 배스티언에서 휴대전화를 한 대 잃어 버렸다고 110 파운드를, 여섯 마리의 나귀가 총기 발사 구역을 헤매다 숨졌다고 662 파운드(약 107만원)를, 한 장갑차에 의해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240 파운드를 배상 받기도 했다.

2009년 12월에는 열살 소년의 죽음에 586.42 파운드를 배상했다. 같은 달 영국군은 또 국제보안협력군(ISAF)에 의해 총격을 받거나 숨진 네 어린이에게 4233.60 파운드를 지불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적어도 영어로 발간되는 매체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널리 알려져 큰 충격을 안긴 사건에 대한 배상액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다섯 아프간 어린이들이 영국군 아파치 헬리콥터에서 쏜 유탄에 다쳤는데 이들에겐 7204.97 파운드가 건네졌다. 이런 식으로 영국군 병사에 의해 부상을 입은 240명이 모두 39만 7000 파운드를 지급받아 평균 1654 파운드였다.

단일 건으로 가장 많은 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카불에서 숨진 한 명에게 건네진 5만 4347 파운드였다. 이 건에 대해 더 상세한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다.

MoD에 접수된 배상 신청 가운데 885건의 사망과 285건의 부상 건은 거부당했다. AOAV는 “영국군이 초래한 죽음은 쉽게 인정되지 못하는 경향을 띤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군은 2006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사망과 부상, 재산 손실에 대해 1600건 이상을 배상했다. 분쟁 중 민간인 센터(CCC)에 따르면 미국의 배상액은 490만 달러(약 57억원) 가까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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