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4100여명 사상
검은 연기 이웃나라 시리아까지 퍼져240㎞ 떨어진 지역서도 폭발음 들려
前 CIA요원 “군사용 폭발물 터진 듯”
시민·軍 실종자들 찾아 밤새 구조작업
프랑스·카타르 등 각국서 의료진 파견
4일 저녁(현지시간) 초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처참히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검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헬기가 물을 뿌리며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5일 오후 현재 사망자는 100명, 부상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고 레바논 적신월사가 발표했다.
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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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이 지역 일대를 봉쇄하고 밤새 수색과 구조작업을 진행했지만 재앙급 참사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 전체가 붕괴된 거나 마찬가지여서 구조 작업도 위험한 상황이다. 시민과 군이 100명 이상인 실종자를 찾아 밤새 건물 잔해를 치우면서 구조작업을 벌였다. 생존자 발견 소식에 들것과 산소통이 화급하게 운반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군과 경찰이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폭발에 실종된 가족을 찾겠다고 건물에 들어가려는 이들도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확인된 사망자는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부상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 사고로 다친 시민들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머리에 붕대를 감싼 여자 아이에게서 폭발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엿보인다.
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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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적재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하며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무함마드 파미 내무장관은 예비 조사를 근거로 “2014년 화물선에서 압수해 부두 창고에 보관 중이던 2750t 상당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수년간 활동한 로버트 베어 전 미중앙정보국(CIA) 요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폭발 후 발생한 주황색 화염구는 분명 군사용 폭발물”이라며 항구에 무기 은닉처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형 폭발로 형성된 형성된 하얀 먼지구름 같은 충격파가 도시 주변 일대를 덮치는 모습을 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동영상 캡처 사진.
베이루트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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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형 참사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등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레바논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에서는 이미 경제위기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수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AP는 레바논에 수입된 곡물 85%가 저장돼 있던 사일로(곡식 저장소)가 이번 폭발로 파괴됐다며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는 레바논이 식량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국제사회는 애도를 표하며 긴급구호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한 데 이어 레바논을 방문한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지원을 승인했고, 이웃 카타르와 쿠웨이트, 요르단 등도 응급의료진 지원을 약속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8-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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