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파기… 4년 만에 좌초 위기
美, 이란 지도부 등 추가 공격 경고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표적 공격으로 사살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이란 북동부의 마슈하드시에서 이란 국민들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관을 실은 차량을 에워싸고 애도의 행진을 하고 있다.
마슈하드(이란) AFP 연합뉴스
마슈하드(이란) AFP 연합뉴스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은 핵협정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면서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라늄을 90% 이상 농축할 수 있는지가 핵무기 제조의 관건인 만큼 원심분리기의 성능과 수량을 일정 기간 묶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제한하는 게 핵합의의 핵심이었다. 핵합의라는 울타리에서 나온 만큼 핵무기 개발은 시간문제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한 상태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은 이제 핵 프로그램 가동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맺은 핵합의는 두 축인 미국과 이란의 탈퇴로 4년 반 만에 좌초될 운명이다.
보복을 공언한 이란과 이라크, 레바논 등 이른바 ‘시아파벨트’ 무장세력이 연대하는 가운데 미국이 이에 맞서 이란 문화유적이나 지도부 등에 대한 추가 공격을 경고하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20-01-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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