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맹군과 협상 뒤 철수 시작
이슬람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이 2014년부터 IS의 ‘정치적 수도’로 삼아온 시리아 락까에서 철수하기로 국제동맹군과 합의했다. 지난 7월 이라크 정부가 IS의 ‘경제적 수도’ 이라크 모술을 탈환한 데 이어 락까도 완전 함락을 앞두게 됐지만, 2014년부터 국가를 참칭해 온 IS와의 전쟁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알자지라방송은 14일(현지시간) 락까에 남아 있는 현지 IS 조직원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락까 시내 진입이 임박하자 협상을 통해 락까에서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협상의 구체적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관리와 지역 유지들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락까의 잔존 조직원들은 IS가 아직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의 데이르에조르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동맹군 측은 IS와의 협상 가능성 자체를 배제했으나 IS가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결국 협상을 택했다. 국제동맹군 측은 “주민 살상을 최소화하고 시리아 출신과 외국 출신 IS 조직원을 가려내기 위해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락까를 떠나는 시리아인은 미군이 지원하는 시리아민주군(SDF)의 수색을 받아야 한다. AFP통신은 락까에 남아 있는 외국 출신 IS 조직원들도 무사히 철수하는 것이 허용됐다고 전했다.
SDF가 구성한 락까시민위원회는 락까에 남은 IS 조직원이 시리아인과 외국인을 포함해 최소 500명이며, 이들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인질 400여명과 함께 있다고 전했다. 국제동맹군은 락까 내 실제 IS 조직원은 300~4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락까는 2014년부터 IS의 군사·행정 수뇌부가 자리잡은 사실상 수도 구실을 했으나 국제동맹군의 진입 작전이 이어지자 핵심 인사들이 시리아·이라크 접경지역으로 대부분 빠져나갔다.
IS가 모술과 락까라는 중동의 양대 거점에서 모두 축출되면서 그 근거지는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일부 지역으로 대폭 축소됐다. 시리아 정부군과 국제동맹군은 이날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주의 IS 근거지 알마야딘을 추가로 탈환하는 등 IS의 목을 서서히 조이고 있다.
하지만 ‘사망설’이 돌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건재가 지난달 확인되는 등 IS는 최후의 저항을 지속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주요 거점을 상실했지만 내전으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제3국에서 현지 무장단체와 손잡고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10-1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