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4명 사망·90명 부상
‘개혁 내각’ 놓고 혼돈 속으로핏빛 그린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그린존(최고경계구역)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위대에 의해 뚫려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한 시위자(왼쪽)가 자신의 머리에 난 상처에 수건을 댄 채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옆 시위자(오른쪽 뒤)는 군경이 발포한 포탄을 보여 주고 있다.
바그다드 EPA 연합뉴스
바그다드 EPA 연합뉴스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이라크 정국이 혼미에 빠질 우려가 높아졌다.
AFP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정부 청사와 외교 공관이 모인 바그다드 그린존에 들어갔고 일부는 총리실까지 진입했다. 이곳을 지키는 군경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으며 나중에는 실탄도 발사했다. 이번 충돌로 4명이 죽고 90명이 다쳤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근본주의 성향의 시아파 지도자 무끄타다 사드르의 지지자들인 시위대는 몇 달 전부터 이라크 정계의 고질적 병폐인 ‘종파별 나눠 먹기’ 인사를 근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부패 추방 대책을 발표하고 능력 위주 개혁 내각을 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원치 않는 이라크 의회가 새 내각 승인을 미루고 있다. 급기야 시위대는 “총리와 의회 의원들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그린존을 넘기 시작했다.
그린존은 2003년 미군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뒤 자국 공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최고보안구역에서 유래됐다. 미군이 철수한 2011년부터는 이라크 정부가 관리하고 있으며 이라크 최상류층과 각국 외교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라크 전역이 치안 부재와 상하수도·전기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린존 내부에는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5-23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