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적’ IS 누구의 도움으로 발호했나

‘세계의 공적’ IS 누구의 도움으로 발호했나

입력 2015-11-27 08:39
수정 2015-11-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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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석유’, IS·반군 점령지서 거의 소비…시리아 정부도 구매미 국방정보국, 이미 2012년에 ‘이슬람 국가’ 출현 경고

세계 최강국들이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의지를 불태우고 IS는 60개국에 테러 위협을 가하면서 IS가 발호하게 된 배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IS가 2006년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에서 ISI(이라크 이슬람국가)로 변신하고 지난해 6월 자칭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년 반만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가운데 막대한 석유 수입이 꼽힌다.

IS는 시리아 유전지대 상당수를 장악했고 이라크에서도 유전 350곳을 손에 넣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IS의 석유 판매 수익은 연간 5억 달러(약 5천747억원)로 추산했다.

석유가 IS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은 명확하지만 IS가 밀수출해서 돈을 번다는 주장에는 논란이 있다.

러시아와 터키 정상은 26일(현지시간) 전투기 격추의 책임 공방 외에도 IS 석유 밀거래 의혹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터키와 IS와의 석유 밀거래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터키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지난 24일에는 “IS가 점령한 시리아 지역에서 터키로 상당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들이 들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이 엄청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하원에 IS 공습 지지를 호소하며 IS의 석유 공급선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며 중동 국가들에 IS로부터 석유를 사지 않도록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발언은 터키가 IS로부터 석유를 사주기 때문에 IS가 막대한 수입을 얻고 세계를 위협한다는 취지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표현)로부터 석유를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터키 정부와 IS 간 밀거래 의혹에 반박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에서 밀수되는 석유 7천900만ℓ를 압수했다고 밝혀 ‘IS 석유’가 터키로 밀수됐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S가 석유 ‘밀수출’로 직접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부르킹스연구소 도하센터의 루아이 알카티브 연구원은 이날 트위터에 “외국 정부는 IS 석유의 ‘자급자족’을 당연시하지만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IS 점령지의 석유 수요는 생산량의 2배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IS 점령지의 유전에서 생산한 석유가 최종 판매되는 경로를 추적한 심층 보도에서 “다수가 IS는 석유로 매출을 거두기 위해 수출에 의존할 것이라고 믿지만 IS의 이익은 시리아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IS는 원유 대부분을 유전에서 독립적 트레이터에 직접 판매한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유조차를 갖고 온 트레이더들은 인근 정유시설에 팔고 다시 유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석유제품으로 정유 된 이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전역의 중개상들이 사가며, IS는 이 거래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석유의 절반은 이라크로 판매되고 나머지는 시리아에서 소비된다.

FT는 시리아 반군 점령지의 주민에도 ‘IS 석유’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이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이 석유 공급망 공습을 주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FT는 연합군이 주민의 생활에 중요한 연료를 폭격함으로써 주민이 등을 돌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IS의 석유는 IS와 싸우는 반군, 쿠르드족은 물론 시리아 정부도 구매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전날 금융제재 명단에 IS가 생산한 석유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팔기 위해 중개 역할을 한 조지 하스와니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하스와니가 소유한 엔지니어링 업체인 HESCO는 IS 점령지에 에너지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따라서 IS가 시리아 정부로부터 유전을 빼앗아 막대한 수입을 올리지만 거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소비되고 밀수출되는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터키가 IS 석유 밀수에는 기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외국 전투원과 무기 등이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갔다는 점에서 IS 득세를 막지 못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터키뿐만 아니라 서방과 수니파 걸프 왕정국 역시 IS가 발호하는 데 도움을 줬음을 시사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도 지난 6월 공개됐다.

미국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사법감시단’(Judicial Watch)이 공개한 비밀해제 문서 가운데 DIA가 2012년 8월 작성한 보고서는 “살라피스트(이슬람 근본주의자)와 무슬림형제단, AQI(알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시리아에서 반란을 일으기는 주요 무장세력”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서방과 걸프국들, 터키는 반군을 지원하고 러시아와 중국, 이란은 정부군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즉 반군의 주요 세력이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이며 IS의 전신인 AQI라는 것을 알고도 서방 등은 반군에 무기와 자금 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반군이 시리아 동부(하사케와 데이르에조르)와 북부 터키 접경지역을 장악하려는 노력을 서방 국가들과 걸프 국가들, 터키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시리아 동부에 살라피스트 국가 설립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시아파(이란, 이라크)의 확장을 막아 시리아 정권을 고립하려는 반군을 지지하는 세력이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 따라 AQI가 오랜 근거지인 이라크 모술과 라마디로 돌아와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니파를 통합해 지하드(성전) 통합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ISI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다른 테러조직과의 연합을 통해 이슬람 국가를 선언할 수 있다”며 “이는 이라크 통합과 영토 보호에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IA는 이 보고서의 정보가 최종 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IS가 실제로 국가을 선포하기 약 2년 전에 IS의 출현과 위험성을 경고해 미국 정부는 그동안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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