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성지순례 열흘 앞두고 ‘날벼락’…이슬람권 충격

메카 성지순례 열흘 앞두고 ‘날벼락’…이슬람권 충격

입력 2015-09-12 17:43
수정 2015-09-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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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폭우 예보에도 별다른 조치 안 했다” 人災 가능성 제기

사망자만 100명이 넘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대사원(마지드 알하람·카바신전) 크레인 붕괴 참사로 사우디는 물론 이슬람권이 충격에 빠졌다.

공교롭게 이날 사고가 이슬람에서 가장 성스러운 종교행사인 정기 성지순례(하지) 열흘 전에 났다는 점에서 자칫 성지순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 있던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이슬람 최고의 성전이 순식간에 유혈이 낭자한 아수라장으로 변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대사원 안에 있었다는 압둘 라힘이라는 네티즌은 “사고 당시 엄청난 모래폭풍이 불다가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폭우가 쏟아졌다”며 “번개가 크레인을 때렸고 크레인이 대사원 안쪽으로 쓰러지면서 공사 구조물을 쓰려뜨렸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와킬이라는 네티즌도 “해가 질 무렵 매우 거센 바람이 불어서 사이클론인 줄 알았다”며 “강풍과 함께 메카 시내가 침수될 정도로 비가 많이 와 두려웠다”고 전했다.

걸프 지역에선 모래폭풍은 종종 불지만 폭우가 내리는 일은 매우 드물다.

유튜브 등에 공개된 현장 동영상을 보면 크레인이 폭풍우 속에 쓰러지자 대사원에 모였던 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이날이 하필 이슬람 대예배(주마)가 있는 금요일인데다 성지순례를 앞두고 각국 무슬림이 대사원에 속속 도착해 붐비는 중에 터져 인명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크레인이 쓰러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5초도 되지 않아 미처 피할 틈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사고 시각은 오후 5시10분께로 저녁 기도를 위해 신도가 모이는 시간대였다.

아흐메드 알만수리 대사원 대변인은 사우디 SPA통신에 “강한 모래폭풍과 폭우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대사원은 성지순례를 앞두고 증축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성지순례를 오는 무슬림이 최근 수년새 증가하면서 압사 사고 위험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2006년 성지순례에선 메카 부근의 미나 평지에서 360명이 압사했다.

사고 전 대사원의 사진을 보면 수십m의 대형 크레인 10여대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사우디 영자 언론 사우디가제트는 “붕괴된 크레인은 중동지역 공사에서 쓰이는 것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현지 아랍어 언론 알리야드는 “성지순례에 맞춰 공사를 끝내려고 서둘렀다”며 악천후로 인한 천재라기보다는 안전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강풍과 폭우가 예보됐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르판 알알라위 이슬람유산연구재단(IHRF) 공동 설립자는 11일 “사우디 당국이 대사원 주변을 둘러싼 대형 크레인 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슬란권 일각에선 사우디 정부가 세를 과시하기 위해 소박하고 검소한 이슬람의 가르침에 반해 대사원을 화려하고 크게 고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메카로 성지순례를 많이 오는 국가는 자국민 피해 상황을 분주히 파악 중이다.

비상이 걸린 사우디 당국은 사상자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04년 성지순례객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졌고 1998년에도 180명이 압사했다.

1994년(270명 사망)과 1997년(340명 사망)에도 압사사고가 났고 1990년엔 메카로 향하는 보행용 터널에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1천42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2006년엔 360명의 사망자를 낸 압사사고 외에 메카 대사원 부근 호텔이 무너져 성지순례객 73명이 숨졌다.

주사우디 한국 대사관은 “12일 오전 현재로선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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