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탄에 죽은 인권 운동가… 이집트 ‘제2의 봄’ 도화선 되나

경찰 총탄에 죽은 인권 운동가… 이집트 ‘제2의 봄’ 도화선 되나

입력 2015-01-27 00:32
수정 2015-01-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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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개된 뒤 정부 비난 고조… 혁명 4주년 시위로 최소 20명 사망

하늘색 니트와 검은색 목도리 차림의 30대 여성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빵과 자유, 정의를 달라”고 외쳤다(왼쪽). 커다란 화환을 마련해 4년 전 이집트 혁명이 처음 시작된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여성은 불과 몇 분 뒤 힘없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머리와 가슴에는 피가 맺혔고 주변에선 오열이 터져 나왔다.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도망치던 여성은 거리에서 동료의 애도 속에 쓸쓸하게 눈을 감았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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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인권운동가이자 다섯 살 된 아들의 엄마인 샤이마 알사바그(32)는 타흐리르 광장 인근에서 열린 평화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사냥용 산탄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이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25일 공개되자 이집트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은 시위 현장에 있던 시민과 취재진이 촬영한 것이다.

알사바그가 숨진 때는 군부 출신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방송에서 혁명 4주년 기념연설을 시작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동영상 속 집회 모습이 무척 평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알사바그와 사회주의대중연합당(SPAP) 소속의 동료 정치인, 법률가들이 “군사정권 퇴진”이란 구호를 외치자 복면 차림의 중무장 경찰이 투입됐고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동영상에는 산탄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쏘라”고 외치는 지휘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알사바그를 추모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이집트 혁명 4주년인 25일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알사바그의 장례식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날 카이로와 전국 주요 도시에선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 지난해 6월 시시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많은 시위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두 아들인 알리와 가말이 풀려나 혁명 4주년의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이집트 언론은 이들이 카이로 남부 토라 교도소를 걸어서 나갔다고 전했다. 이번 석방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무바라크와 두 아들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으며, 무바라크 전 대통령도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01-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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