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무르시 찬성파 대치 현장엔 ‘전운’

이집트 군-무르시 찬성파 대치 현장엔 ‘전운’

입력 2013-07-05 00:00
수정 2013-07-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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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지지자들, 쇠 파이프·각목 들고 ‘무력시위’

“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검은색의 전신 가리개 니캅을 착용한 이집트의 중년 여성이 카이로 나스르시티(Nasrcity) 주변을 막아선 이집트 군인을 향해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소리를 질렀다.

군인과 친정부 시위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4일 오후 5시께(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지지자들 수 천명이 집결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까지 가려면 최소 2차례의 검문을 거쳐야 했다.

먼저 무르시 지지 집회 주변을 장갑차와 철조망으로 차단한 군인들의 검문을 통과해야 했고 이어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게서 또 다시 진입 허락을 받아야 했다.

카이로 도심에서 차량으로 20여분을 달린 끝에 나스르시티 지역에 도달했다.

라바 광장에서 1km 떨어진 지점에는 장갑차 10대가 왕복 8차선 도로를 완전히 점거한 채 차량 통행을 전면으로 막았다. 그 앞에는 소총과 최루탄 발사장치를 소지한 군인 5~6명이 광장에 가려는 모든 사람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다.

외국인에게는 유효 비자가 붙어 있는 여권을 요구했다.

시위 현장에 가려고 줄을 서며 대기하던 이집트인 10여명과 함께 첫 번째 장갑차 행렬을 지나 200m 정도를 더 가자 또다시 장갑차 8대가 도로를 막고 있었다. 2차 저지선인 셈이다.

두 번째 장갑차 행렬 앞에는 40m 길이의 철조망까지 설치돼 있었다.

기자가 이 철조망 끝 옆의 샛길로 지나가려는 순간 검은 옷으로 몸을 가린 한 여성이 군인을 향해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몰아내는 게 민주주의냐?”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집트 군부가 전날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겠다고 발표한 것에 항의한 것이다.

이곳을 지키던 군인들은 이 소리를 듣고도 그냥 흘려버렸다.

2차 저지선을 지나 앞으로 3분여를 더 걸어가자 라바 알아다위야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꼭대기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의 집회 장소는 이 모스크 앞에 마련됐다.

무르시 지지자들 역시 군부와 마찬가지로 1,2차 사수대를 만들어 대치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철모를 쓰고 60cm 이상의 쇠 파이를 들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결연한 모습에서 살벌함이 스쳐 지나갔다.

공사장 철모를 쓰고 쇠 파이프를 든 한 사수대는 “군부나 폭도의 습격을 막으려고 여기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 30여명으로 구성된 1차와 2차 사수대 사이에는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다. 이 바리케이드를 지나치자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검사했다.

사수대를 정비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는 인파를 지나 모스크 앞 라바 광장에 다다르자 수 천명이 모인 채 “엘시시 반대” “민주주의” “무르시”를 외치고 있었다.

엘시시는 전날 무르시 정권 축출을 공식 발표한 이집트 국방장관의 이름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광장 중심부에서도 공사장 철모를 쓰고 쇠 파이프나 각목을 들고 있었다.

광장 한복판에서 만난 무함마드 에사위(30)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무기가 필요하다”며 “군부가 싸움을 원하면 우리도 그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주로 20~30대 남성으로 가득 찬 시위대 중 일부는 무르시의 대형 사진을 들고 있었고 이집트 국기와 이슬람을 상징하는 깃발을 휘날렸다.

모스크 바로 앞에 설치된 무대 위에 선 사회자가 “우리는 여기서 무르시를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외치자 집회 참가자들도 똑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이들 중 일부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꼭 할 말이 있다’며 기자에게 먼저 다가온 사브리 호스니(37)는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 가며 “이집트인은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복귀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무르시가 복귀할 때까지 이곳에서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군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우리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지만, 군이 그걸 원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바심 타하르(40)는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을 몰아낸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며 “엘시시(장관)는 외국의 영향을 받아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이 어느 나라냐고 묻자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타하르가 점차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자 순식간에 10여명이 주위를 둘러싼 채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반복해 외쳤다.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카이로 시내는 겉으로 빠르게 안정화하는 듯 보였지만 나스르시티의 라바 광장에서는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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