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핵심 방위사업 백지화시킨 고노 방위상

아베 핵심 방위사업 백지화시킨 고노 방위상

김태균 기자
입력 2020-06-17 22:04
수정 2020-06-18 13: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요격 미사일 ‘이지스 어쇼어’ 중단 발표…120억엔 대형 사업 사전논의 없이 끝내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서울신문 DB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서울신문 DB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등 첨예한 갈등 국면에서 일본 측 외교 사령탑을 지냈던 고노 다로(57) 방위상이 아베 신조 정권의 역점 사업을 전격적으로 백지화하면서 오랜만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15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갖고 “야마구치현과 아키타현에 배치를 추진해 온 ‘이지스 어쇼어’(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가장 놀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방위성 간부들이었다.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갑자기 중단할 거면) 여태까지 했던 논의는 무엇이었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지스 어쇼어 계획은 2017년 북한이 쏜 미사일이 두 차례나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지자 그해 말 아베 신조 총리 주도로 결정됐다. 고노 방위상은 과도한 예산과 기술적 문제 등을 들어 2년 반 이상 논의가 지속돼 온 정권의 핵심 방위사업을 단칼에 끝내버렸다.

뒤통수를 맞은 충격은 집권 자민당도 마찬가지였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고노 방위상의 발표 다음날 긴급 모임을 갖고 “아무런 설명도 없는 무책임한 처사” 등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에 대해 처음으로 사죄한 ‘고노 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83) 전 중의원 의장의 아들인 그는 지난해 9월 개각에서 방위상으로 옮기기 전까지 외무상으로 대한 강경외교의 전면에 서 있었다. 지난해 7월 남관표 주일대사에게 “극히 무례하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을 연출, 외교결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아베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요미우리신문 6월 여론조사의 ‘차기 총리감’ 질문에서 8%를 얻었다. 1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26%)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기시다 후미오 정무조사회장·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각 3%) 등 경쟁자들을 배 이상 따돌렸다.

이미 120억엔(약 1360억원)이나 투입된 대형 사업을 과감하게 손절매한 그의 이번 결정에는 서구식 ‘합리성 지상주의’라는 본인 특유의 스타일에 더해 차기 총리 레이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도 적잖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2020-06-18 16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