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日경제백서 “기업 투자 없이 회복 없다”

[World 특파원 블로그] 日경제백서 “기업 투자 없이 회복 없다”

이석우 기자
입력 2017-07-13 18:50
수정 2017-07-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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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는 이달 중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할 2017년도 경제재정백서를 통해 임금이 오르지 않는 요인을 “기업의 투자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1986~1991년의 거품 경기 때는 물론 해외와 비교해도 설비 투자가 열등한 상태여서 임금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11월 바닥을 친 뒤 회복세를 보여 온 ‘아베노믹스 회복기’인 지금까지 “명목임금 성장은 0.4%에 그쳤다”고 밝혔다. 1986~1991년의 거품기 3%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 미미한 증가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비제조업의 설비 투자는 2000년 이후 하락세로, 제조업의 4할 이하이며 노동집약형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의 관계 장관 회의에서도 경기 기조를 6개월 만에 상향 조정했지만 회복세란 표현에 “완만한”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소비가 약하다. 소비가 다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백서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부족과 미약한 임금 상승 추세를 내각부가 핵심 사안으로 지적한 것도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유지하고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을 통한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비 위축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고 자칫 디플레이션에 빠져 다시 성장과 회복 국면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일본의 일자리가 남아돌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 및 재개발 붐 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임금 성장과 소비는 벽에 막혀 있다. 1991년 무렵 거품기 일본 직장인들은 현재 직장인들의 용돈보다 더 많은 지출을 했었다는 사실도 위축된 경제상황을 보여 준다. 일자리가 늘었다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다.

엔저에 힘입어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의 수출과 수익이 늘고 기업 사내 유보금이 최고치를 돌파했어도 기업들은 안전을 지향하며 투자에 소극적이다. 한 해 30만명씩, 춘천보다 조금 더 큰 도시 하나씩이 없어지는 인구 감소시대에 국내 수요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없다.

도전이 줄면서 새 영역의 창출도 줄고 블루오션도 찾아내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 리스크를 안는 도전적 과제를 꺼리는 일본식 집단지도체제는 문제를 더했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일도 만무하다.

내각부의 백서는 이런 상황을 집약하고 있다. 일본의 경험은 단단한 기술력과 제조업의 저력도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경제생태계의 활발한 신진대사가 약화될 때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7-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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