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6개월 지나야 재혼 117년 만에 ‘위헌’… 부부 同姓은 ‘합헌’
일본의 대법원인 최고재판소가 여성들이 이혼 뒤 6개월 안에 재혼하는 것을 금지한 조항에 117년 만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또 부부가 같은 성씨를 쓰도록 강제한 제도에 대해서는 차별이라는 지적에도 이를 유지하도록 했다. 메이지 시대 민법(1898년 시행)에 뿌리를 둔 일본 가족제도의 기본 규정에 대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여성들에게 ‘절반의 승리’만 안긴 셈이다.16일 일본 최고재판소 대법정은 여성이 이혼 후 6개월 동안 재혼하지 못하도록 한 일본 민법 733조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재판관 15명의 만장일치로 내렸다. 이 제도는 재혼 후 태어난 아기와 아버지의 관계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규정이다. 대법정은 재혼 금지 기간 중 100일이 넘는 부분은 친자를 식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없으며 의료·과학기술의 발달로 늦어도 2008년 시점에는 위헌이 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수용해 조기에 민법을 개정할 것이며 법 개정 전이라도 이혼 후 100일을 넘긴 여성의 재혼 신고를 수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정은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민법 750조에 대해선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가족이 하나의 성을 쓰는 것은 합리적이며 일본 사회에 정착돼 있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대법정은 그러면서 부부의 성씨를 둘러싼 제도의 방향 설정은 국회에서 논의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차별철폐위원회는 2003년 7월 일본 정부에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했으나 일본 내 보수 우파 세력이 반발하면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12-17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