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총리 등 10여명 모임 발족…아베 향해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촉구
최근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신조 정권의 과거사 대응에 일침을 가한 가운데 일본 정치계의 거물들도 잇따라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지난 11일 후쿠시마현에서 탈원전을 주제로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가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아베 담화’에 대해 “특별히 10년마다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소란스럽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아베 담화가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라는 역대 담화의 키워드를 포함할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담화가 국제사회의 반발을 낳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가 다양한 방면의 의견을 들으면서 판단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도 같은 날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도 아주 할 말이 많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게서도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모든 기관과 협력해서 하루빨리 정상적인 모습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자민당 11선 중의원으로 경제산업상을 3차례 역임한 바 있으며 당내에서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인사로 꼽힌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또 지난달 서울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위안부 문제가 거론됐다고 언급하며 “지금 시대에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외교관처럼 말해서 길이 열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니카이 총무회장의 이날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 등 일본 정계 원로 10여명은 지난 11일 모임을 발족하고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라고 촉구했다고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5-03-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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