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오늘 집단자위권 입장표명’脫 전후체제’ 포석

아베, 오늘 집단자위권 입장표명’脫 전후체제’ 포석

입력 2014-05-15 00:00
수정 2014-05-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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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당 설득 거쳐 이르면 상반기 헌법해석 변경 전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5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로부터 검토 보고서를 받은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4인 각료(총리·외무상·방위상·관방장관) 회의를 열어 집단 자위권 행사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아베 총리는 오후 6시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기본적 방향성’이라는 제목을 붙여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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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AFP=연합뉴스
이 내용을 토대로 연립여당(자민·공명당)이 오는 20일께 협의를 개시할 예정인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르면 내달 22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중에, 늦어도 올가을 임시국회 개원 이전에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와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 등 안보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거론하며 현행 헌법에서 인정되는 ‘필요 최소한의 자위권 행사’ 범위에 집단 자위권이 포함된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유사시 해외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선에 대한 자위대 함선의 호위를 거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전했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집단 자위권, 집단안전보장, ‘그레이존(gray zone·회색지대) 사태(자위대 출동과 경찰 출동의 경계에 해당하는 사태)’ 등 세 가지 영역에서 헌법 해석 변경 및 법제 정비가 필요한 상황들을 담은 사례집을 이날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사례집에는 한반도 유사시 피난하는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선에 대한 자위대 함선의 호위,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응전,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 미사일 요격, 일본 근처에서 무력 공격을 한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해 항행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진입 검사, 일본의 민간 선박이 항행하는 외국 해역에서의 기뢰 제거 등이 집단 자위권 행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안보와 관련해서는 국제 평화활동을 함께하는 타국 부대에 대한 긴급한 경호시 자위대의 무기 사용과 국제 평화활동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에 대한 후방 지원 상황, 그레이존 사태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영해에 침입한 잠수함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 무장집단이 낙도에 상륙한 경우 등이 각각 열거될 전망이다.

동맹국 등 외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인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 만들기’를 위한 중대 과업으로 삼는 현안이다.

그런 만큼 아베 총리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 조문인 헌법 9조에 입각한 ‘전수방위(專守防衛·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한다는 것)’ 노선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81년 5월 당시 일본 정부는 ‘정부 답변서’를 통해 ‘헌법 9조 하에서 허용되는 자위권 행사는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머물러야 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는 그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아베 내각 이전까지 역대 내각은 이 입장을 계승해 왔다.

중대 발표를 앞둔 아베 총리는 14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과의 회식 석상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해 헌법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이 “(넘어야할) 하나의 산(山)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의결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에 집단 자위권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공명당 소속 각료(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14일 “집단 자위권에만 정치적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 국민 기대에 어긋나고 만다”며 신중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집단 자위권에 대한 공명당의 거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연립여당 협의에서는 집단 자위권에 앞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는 ‘그레이존’ 문제부터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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