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너도 나도 만졌는데…“역겨워, 그만 만져” 칼 빼든 도시

관광객들 너도 나도 만졌는데…“역겨워, 그만 만져” 칼 빼든 도시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5-04-03 17:57
수정 2025-04-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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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 ‘몰리 말론 동상’
아일랜드 노동 계급 상징하는 관광 명소
“가슴 만지면 행운” 속설에 관광객들 만져 변색
“역겹고 나쁜 행동” 항의에 시의회 대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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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몰리 말론 동상.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가슴을 만진 탓에 가슴 부분이 변색됐다. 자료 : 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몰리 말론 동상.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가슴을 만진 탓에 가슴 부분이 변색됐다. 자료 : 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 등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여성 동상에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는 조치가 실시된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속설에 관광객들이 여성 동상의 가슴 부분을 만진 탓에 표면이 벗겨졌고, 시민들 사이에서 “부적절하다”, “성희롱” 등의 불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더블린 시의회는 다음달 한시적으로 더블린에 있는 ‘몰리 말론’ 동상 옆에 직원들을 배치해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도록 막을 방침이다.

또 관광객들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닿은 탓에 변색된 표면을 다시 복원할 계획이라고 시의회는 덧붙였다.

더블린 시내의 세인트 앤드루스 스트리트에 있는 몰리 말론 동상은 수레를 끌며 생선을 파는 소녀 몰리 말론을 형상화한 것이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 아일랜드 노동 계급의 비극적인 삶을 상징하며 더블린의 관광 명소로 사랑받았다. 가난한 삶을 살다 열병에 걸려 숨진 몰리 말론의 사연을 담은 전통 민요 ‘몰리 말론’도 유명하다.

1988년 세워진 동상은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관광객들은 동상의 가슴에 손을 댄 채 ‘인증샷’을 찍었고, 여행 가이드가 단체 관광객들을 이끌고 와 가슴을 만지도록 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행사들은 더블린 여행 상품을 소개하며 “동상의 가슴을 만지는 인증샷을 찍으라”고 안내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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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몰리 말론 동상 인근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틸리 크립웰(오른쪽)은 ‘몰리 말론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며 더블린 시의회에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자료 : 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아일랜드 더블린에 세워진 몰리 말론 동상 인근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틸리 크립웰(오른쪽)은 ‘몰리 말론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며 더블린 시의회에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자료 : 틸리 크립웰 인스타그램


그러나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동상을 만진 탓에 동상의 가슴 부분이 변색됨은 물론, 이같은 행동이 동상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시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더블린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틸리 크립웰은 ‘몰리 말론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며 “관광객들이 동상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역겨운 행동이자 어린 세대에게 나쁜 본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립웰은 “아일랜드의 상징인 불멸의 아이콘이 그저 가슴으로만 인식되는 건 정말 잘못됐다”면서 시의회에 동상을 높은 단상 위에 올리고 변색된 부분을 복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시의회는 한시적으로 동상 주변에 직원들을 배치한 뒤 관광객들이 동상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선 줄리엣 동상 가슴에 ‘구멍’유명 관광 명소가 된 동상의 ‘중요 부위’가 관광객들의 손이 닿은 탓에 훼손되는 사례는 몰리 말론 동상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서는 작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줄리엣 동상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청혼한 것으로 알려진 건물의 발코니 아래에 세워진 줄리엣 동상은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퍼지며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동상은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가슴을 만진 탓에 손상돼 2014년 한 차례 교체됐지만, 10년 만에 또 다시 손상됐다.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지도록 두는 것은 성희롱’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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