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러, 우크라 침공 6개월
우크라, 31주년 독립기념일 겹쳐
러와 대규모 군사 충돌 우려 나와
교착 속 자포리자 ‘핵재앙’ 공포도
전 세계 인플레 촉발·피로감 커져
똘똘 뭉치던 서방도 선택의 기로
전리품 전시장 된 키이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이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인 8월 24일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중심가인 흐레샤티크 거리가 우크라이나군의 ‘전리품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파괴되고 녹슨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 등 군용 차량이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시민들이 이를 구경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키이우 EPA 연합뉴스
키이우 EPA 연합뉴스
오는 24일은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리는 31주년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전후로 대규모 군사 충돌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0일 밤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이번 주에 추악하고 악랄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부는 여전히 러 포격에 공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이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인 8월 24일을 나흘 앞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州) 보즈네센스크시의 한 아파트가 포격으로 파괴됐다. 미콜라이우 지역 검찰은 러시아 미사일이 아파트를 덮쳐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콜라이우 EPA 연합뉴스
미콜라이우 EPA 연합뉴스
크림반도와 헤르손 등에서도 러시아군의 군사 기지와 탄약고, 친러 정부 인사 등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군은 19일 크림반도와 헤르손 등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나타나 격추했다고 밝혔다.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정권을 전복하려던 러시아의 초기 작전이 참패로 끝난 뒤 ‘돈바스 전투’라는 2막으로 이어진 전쟁은 교착 상태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전력이 소모되면서 진격이 더뎌진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공격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를 향한 연대로 똘똘 뭉쳤던 서방은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지난 7월 두 자릿수(10.1%)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난방과 식사 중 선택해야”(사디크 칸 런던 시장) 하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전쟁은 여론의 관심에서도 밀려나는 양상이다. 미국 폭스뉴스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우려한다는 응답이 69%로 나타났는데, 이는 3월 같은 조사의 82%보다 낮아진 수치다.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찬성했지만 7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전쟁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끝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에너지와 곡물, 원자재 등의 공급망 붕괴로 전 세계는 보릿고개로 내몰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4%에서 3.6%로, 지난달 말에는 3.2%로 두 차례 하향 조정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까지 겹친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서는 7개국 8000만명 이상이 식량난에 처했다.
2022-08-22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