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시긴호, 추돌 후 후진했다 재항해… 짙어지는 ‘뺑소니’ 의혹

바이킹시긴호, 추돌 후 후진했다 재항해… 짙어지는 ‘뺑소니’ 의혹

이경주 기자
입력 2019-06-03 00:38
수정 2019-06-03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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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연합’ 공개 영상서 확인

사고 때 물에 빠진 한국인 인지 가능성
부주의·태만 사고 혐의 60대 선장 구속
현지 언론 “최대 8년 징역형 받을 수도”
선박 소유社 바이킹크루즈 닷새째 침묵
침몰 선박社 홈피 “애도” 한국어 입장문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에 의해 추돌되는 순간이 촬영된 영상을 ‘크루즈 얼라이언스’(헝가리 유람선 업체 연합)가 1일 공개했다. 위부터 허블레아니호를 뒤따르는 바이킹시긴호. 바이킹시긴호의 추돌로 방향이 틀어진 허블레아니호의 선미(원 안). 추돌 후 후진해 사고지점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전진하는 바이킹시긴호. 부다페스트 연합뉴스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크루즈선 바이킹시긴호에 의해 추돌되는 순간이 촬영된 영상을 ‘크루즈 얼라이언스’(헝가리 유람선 업체 연합)가 1일 공개했다. 위부터 허블레아니호를 뒤따르는 바이킹시긴호. 바이킹시긴호의 추돌로 방향이 틀어진 허블레아니호의 선미(원 안). 추돌 후 후진해 사고지점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전진하는 바이킹시긴호.
부다페스트 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해 침몰시킨 바이킹시긴호가 추돌 직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왔다가 다시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인지했음에도 항해를 이어 간 셈이다. 해당 선장은 구속됐지만 해당 선박을 소유한 바이킹크루즈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헝가리 매체 인덱스가 보도한 ‘크루즈 얼라이언스’(헝가리 유람선 업체 연합)의 7분 22초짜리 사고 영상에 따르면 바이킹시긴호는 뒤쪽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와 허블레아니호를 부딪치고 그대로 전진했다. 하지만 잠시 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돌아온 뒤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달 30일 헝가리 경찰이 공개한 영상의 반대방향에서 찍힌 이날 영상에 바이킹시긴호의 동선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바이킹시긴호가 사고 당시 물에 빠진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킹시긴호의 탑승자 진저 브린튼(66)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발코니에서 물속에 빠진 사람들이 절박하게 살려 달라고 하는 것을 봤다”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동시에 물속에 사람들이 빠져 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인덱스는 “화면을 확대하면 사고 직후 물에 빠진 사람의 움직임과 바이킹시긴호 승무원들이 2개의 구명조끼를 던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법원은 그간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던 바이킹시긴호 선장 유리 C(64)에 대해 부주의·태만으로 중대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기간은 최고 1개월이며 보석금은 1500만 포린트(약 6150만원)다. 그가 수상 교통 법규를 위반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8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온다.

바이킹시긴호가 소속된 바이킹크루즈는 사고 닷새째인 2일에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78개의 크루즈를 운영하는 바이킹크루즈는 올해만 세 건의 사고에 연루됐다.

지난 4월 바이킹이둔이 네덜란드 해안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5명이 다쳤고 올해 3월에는 노르웨이 인근에서 대형 크루즈의 엔진이 꺼져 승객 479명이 헬리콥터로 구출됐다.

허블레아니호를 소유한 파노라마 데크는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하고 한국어, 헝가리어, 영어 등으로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서 “사고로 사망한 승객 및 승무원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강바닥에 있는 허블레아니호
강바닥에 있는 허블레아니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1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체코 구조팀이 소나(수중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촬영한 사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헝가리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바이킹시긴호가 좁은 교각에서 추월을 시도한 게 무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속이 매우 빠른 상황에서 교각 밑은 유속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어 의도치 않게 배가 회전할 수 있다. 바이킹시긴호도 교각을 지나다가 우측으로 선두를 꺾으며 허블레아니호의 선미를 추돌했다. 허블레아니호가 대형선 바이킹시긴호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에도 뒤에서 오던 바이킹시긴호의 선장은 인근 선박을 식별하는 자동식별장치(AIS)나 자동항법장치(GPS)를 확인해야 한다.

한편 사고 당시 허블레아니호 인근에 있던 관광선 선원 노르배르트 머뎌르는 APTN 인터뷰에서 “사고가 난 것을 보고 구명기구를 던져 이를 붙잡은 한국인 여성 2명을 동료와 함께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며 ‘하지만 5명이 더 물에 빠진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9-06-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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