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아프간전 자살 장병, 전사자보다 많다”

“영국군 아프간전 자살 장병, 전사자보다 많다”

입력 2013-07-14 00:00
수정 2013-07-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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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파노라마 특집, 자체 취재결과 보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작전을 수행하다 숨진 영국군 장병보다 자살 장병 수가 더 많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 파노라마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자체 취재한 결과 2012년 아프간에서 작전 중이던 현역 병사 21명과 (전역한) 참전 용사 29명 등 50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아프간 전쟁에서 전사한 44명보다 더 많은 셈이다. 이 가운데 40명은 작전 현장에서 사망했다.

BBC가 영국 국방부에 정보를 청구해 알아낸 이들 현역 장병 자살자 21명 중 7명은 작년에 자살로 확인됐고, 자살 혐의가 큰 나머지 14명에 대한 사망 원인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달리 전역 장병의 자살 문제는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BBC 파노라마 제작진은 영국 내 모든 검시관에게 질문서를 보내 작년에 자살한 아프간 파견 병사와 참전 용사의 이름을 알아내고 신문의 사망 기사도 분석해 이들의 자살 통계치를 작성했다.

댄 콜린스라는 병사는 2009년 아프간 헬만드주에서 전투 중 두 차례 총을 맞고 지뢰에 발이 잘려나갔는데도 살아남았다. 그의 전우는 바로 옆에서 전사했다.

콜린스의 어머니 디애너는 아들이 아프간에서 복무 중 “지옥 자체인 이곳에서 빠져나가고만 싶다”고 전화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6개월 후 콜린스는 귀국했지만 그의 여자친구 비키 로치는 “그가 계속 악몽 속을 헤매는 것이 분명했다”고 상기했다.

영국군 당국은 콜린스에 대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진단하고 10개월간 치료한 뒤 회복됐다며 복귀 준비를 명령했다.

이후 3개월에 걸쳐 그는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결국 2011년 마지막 날 육군 정복 차림으로 유언을 휴대전화 영상에 남기고 차를 몰아 산속에서 목을 맨다. 29세였다. 다음날인 2012년 첫날 현역병으로서 사망이 확인된 콜린스에 대한 검시 결과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임상 심리학자인 클라우디아 허버트 박사는 “PTSD는 조기 검진되면 치유할 수 있다”면서 “이 증상 자체가 자살로 이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 이유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2012년 아프간에서 작전 중 또는 전역 이후 자살한 영국군 장병 가운데 몇 명이 PTSD로 고통을 겪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콜린스의 어머니 디애너는 “PTSD를 겪은 병사들도 똑같은 전쟁의 희생자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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