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농업 경쟁력 제고 위해 GM 농작물 홍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유전자변형(GM·genetically modified) 식품을 먹고 가족에게도 먹이겠는가.”영국 정부가 GM 농작물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총리실은 캐머런 총리가 GM 식품을 먹겠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자들이 10번이나 총리라면 GM 식품을 먹겠느냐고 물었지만, 총리실 대변인은 “내가 총리의 장바구니 문제까지 얘기하지는 못하겠다”면서 끝까지 답변을 회피했다.
유럽 국가들이 GM 농작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GM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개도국에서도 재배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언 패터슨 영국 환경장관은 이날 영국 로댐스테드 연구소에서 GM 농작물의 안전성을 주장하면서 GM 식품 예찬론을 폈다.
패터슨 장관은 지난 2011년 독일에서 2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오염’ 오이 파동을 예로 들면서 “GM 식품이 전통적 농작물이나 식품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GM 식품이 사람의 건강에 해가 된 사례가 아직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민 환경단체 등은 GM 식품이 건강에 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됐다는 패터슨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종자회사인 몬산토사 등 다국적기업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가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GM 농작물 재배를 거세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영국 농업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영국은 부진한 작황과 가축 사료비 증가로 농업부문에서 13억 파운드(약 2조3천3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날씨가 좋지 않아 밀 수확이 작년보다 30% 적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GM 기술이 농작물 산출량을 늘릴 뿐 아니라 농약 사용을 줄이고 영국의 미래 식량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는 GM 찬성론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GM 식품을 다시 봐야 한다”고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패터슨 장관도 “현재 유럽연합(EU)의 규제로 영국 농부들은 한 손이 등에 묶인 채 세계 식량안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GM 농작물에 대한 EU 차원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GM 농작물 개발·재배가 활발한 미국과 달리 EU 내에서는 단 두 종의 GM 농작물만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7종은 재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와 양, 돼지 사료로는 외국에서 수입한 GM 농작물이 사용되나 GM 농작물이 재배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