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지원에 이주한 대만 인재·기업
시진핑 무력 통일 압박에 엑소더스
중국 푸젠성 핑탄현에 설치된 표지판. ‘조국 대륙에서 대만섬과 가장 가까운 곳, 중국 핑탄’이라고 적혀 있다. 바이두 캡처
대만과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로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핑탄현이 ‘폐허’로 변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그간 베이징이 대만인의 마음을 얻고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정치적 공감대까지 끌어내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만에서 110㎞ 떨어진 핑탄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2009년 이곳을 양안 경제통합 시범 지구로, 2013년 시범 자유무역구로 지정하면서 ‘중국판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했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은 핑탄 관리들에게 “천년에 한 번 오는 (양안 통일) 기회를 얻었다”며 대만 기업인들을 후하게 대접해 평화통일 토대를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1500억 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부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만 출신 인재들을 파격 지원해 한때 1000개가 넘는 대만 기업이 이곳에 입주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의 이주를 돕고자 핑탄~대만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해저터널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SCMP는 “대만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핑탄은 이제 버려진 공장과 산업 단지, 텅 빈 상점들로 넘쳐난다”면서 “그곳에 남아 있는 소수의 대만인은 희망과 절망,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본토의 경기 침체와 베이징의 대(對) 대만 군사 위협 고조로 핑탄의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돈으로 대만인의 충성심까지 사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이어지는 시 주석의 ‘대만 무력 통일’ 압박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만인들이 하나둘 철수하자 2012~2022년 연평균 9.3% 성장하던 핑탄은 2023년 성장률이 3%로 고꾸라졌다. 푸젠성 전체 성장률(4.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장야충 국립대만대 교수는 “베이징과 타이베이가 (양안 평화를 위한) 중요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이상 경제통합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면서 “대부분의 대만인이 중국식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모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베이징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2025-01-03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