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속 67시간… 엄마 생각하며 버텼다

흙더미 속 67시간… 엄마 생각하며 버텼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5-12-24 00:00
수정 2015-12-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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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공산 붕괴 현장서 생존자 첫 구출

지난 20일 발생한 중국 선전시 공단의 인공산 붕괴 현장에서 사고 발생 67시간 만에 처음으로 생존자가 구출됐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8분 선전 광밍신구 류시공업원 부근의 산사태 잔해 속에서 19세 남성 톈쩌밍(田澤明)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그는 충칭에서 온 이주노동자이며 당국이 발표한 실종자 76명 명단에 포함돼 있다. 톈은 건물 잔해에 눌려 다리가 부러진 것을 제외하면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 구조 당시 의식이 있었으며 구조대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도 했다. 톈 주변에서 다른 동료도 발견됐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톈은 무너진 건물의 지붕 쪽에 생긴 작은 틈에서 극히 위태로운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대는 이날 오전 3시 30분쯤 생존자를 처음 발견해 3시간의 작업 끝에 8m 두께의 흙더미 속에서 구출에 성공했다. 한 경찰관은 “소방관들이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 가 잔해를 일일이 손으로 치운 뒤 구조했다”고 말했다.

톈은 구출된 뒤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고 북경만보가 전했다. 그는 구조대원에게 사고 직후 주위에 떨어진 과쯔(瓜子·해바라기씨를 볶은 것)와 유자 등을 먹고 버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톈은 사고 후 좁은 공간에서 어머니를 많이 생각했으며 반드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돌로 벽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톈이 67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덮친 건물 잔해가 일정한 공간을 만들었고 흙이 건물 잔해에 막혀 그 공간을 메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구조 ‘황금 시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톈쩌밍이 구출된 근처에 우리 식구도 있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12-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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