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美비밀무기 탓’ 가짜 뉴스, 중국이 배후

‘하와이 산불 美비밀무기 탓’ 가짜 뉴스, 중국이 배후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3-09-12 23:46
수정 2023-09-1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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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美 싱크탱크 보고서 인용
내년 대선 겨냥 여론선동 분석

지난달 8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8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 원인으로 ‘미군이 비밀무기를 실험하다가 불을 냈다’고 주장했던 음모론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릴랜드대가 종합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음모론은 미국이 비밀리에 날씨를 이용한 신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마우이섬에 불을 냈고 영국 해외정보국(MI6)도 이를 파악했지만 숨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음모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조작 사진까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지도국을 꿈꾸는 나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NYT는 “중국이 미 사회 분열을 조장할 목적으로 이러한 음모론을 퍼뜨렸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우이 산불이 미군의 비밀무기 탓’이라는 음모론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전방위적 음모론을 유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간 중국은 대만 독립 문제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등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의 사회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선동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음모론을 통해 확인됐다. 사이버 보안업체인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생산한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행보는 내년 11월 치러질 미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미국 대선 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연방수사국(FBI) 수사로 이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음모론 생산과 관련해 러시아와 공조한다고 본다. 실제 러시아는 하와이 산불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으로 산불 피해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퍼뜨렸다.
2023-09-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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