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해산 시도했다가 탄핵 가결
富 재분배 공약한 시골교사 출신임기 초기부터 부정부패 스캔들
첫 여성 대통령으로 부통령 승계
곳곳 찬반집회… 경찰과 무력충돌
디나 볼루아르테(오른쪽) 신임 페루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페루 의회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부통령이던 볼루아르테가 잔여 임기를 승계하며 페루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리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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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130명) 3분의2를 넘긴 찬성 101표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반대 6표, 기권 10표다. 여당 50석과 야당 80석이란 분포를 감안하면 여당에서도 20명 이상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7월 취임 일성으로 “부패 없는 나라”를 공언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패 의혹이 제기됐고, 직권남용 등 6건의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의회는 그에 대한 탄핵 사유를 ‘영구적인 도덕적 무능력’으로 표현했다.
면책 특권을 잃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곧장 범죄 피의자로 전락했다. 페루 검찰은 그에게 반란 혐의뿐 아니라 공공입찰을 통제하고 특정 기업과 측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주택부, 국영 석유회사와 같은 공공기관 방해 혐의를 제기했다. 부인 릴리아 파레데스와 처제 등 가족들도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새 정부 출범을 알렸다. 페루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다. 무소속인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은 “국가를 부패에서 구출할 수 있도록 국민 통합정부 수립을 위한 정치적 휴전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페루의 정치적 혼란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페루 의회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은 일곱 번째다. 찬반으로 갈린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수도 리마 곳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급박한 상황 속에 페루 경찰이 “카스티요를 구금했다”는 트윗을 게시하자 경찰서에 몰려든 지지자로 폭력 사태도 벌어졌다. 오는 14일 리마에서 열릴 예정이던 ‘태평양동맹’ 정상회담도 연기됐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정치 무명인 시골 초등교사 출신으로 취임사에서 “농부가 처음으로 페루를 통치한다”고 외쳤다. 급진 좌파로 평가받던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개헌과 에너지 분야 국가 통제 강화,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 특히 우파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의 부친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집권)에 대한 페루의 ‘반(反)후지모리’ 정서를 자극해 0.25% 포인트 차로 대선에 승리했다.
2022-12-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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