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 된 백악관 행사
“투표해야… 민주당은 재앙·가난 가져와”예정된 30분 못 채우고 18분 만에 끝나
지지율 열세에 오늘부터 현장 유세 진행
주치의 “트럼프, 더이상 전염 위험 없어”
음성판정 여부 밝히지 않아 논란 계속
500여명 다닥다닥 붙어 환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처음으로 지지자들 앞에 서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건강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이날 행사에서는 500여명의 지지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서서 트럼프의 연설을 지켜봤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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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시위’를 주제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행사를 열였다. 2층 발코니에 마스크를 벗은 채 나와 “투표를 해야 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그의 지지층을 공격하는 데 몰두했다. 특히 “(바이든의 주요 지지층인)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좌파를 거부한다”며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심 지역을 통치해 온 민주당은 재앙, 가난, 고난만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참석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다”며 사실상 유세 재개였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500여명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빽빽하게 붙어 있어 감염 우려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정말 좋다”며 코로나19가 완치된 것처럼 말했지만 NYT는 원래 예정된 30분 연설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설은 약 18분간 진행됐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건강해 보였지만 손에는 정맥주사 흔적으로 보이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고 목소리는 여전히 약간 쉰 상태였다고 했다.
손등에 정맥주사 흔적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연설을 시작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손 손등에 정맥주사 흔적으로 보이는 반창고가 붙어 있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DC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주치의의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재개하는 데 명분이 됐다. 이날 백악관 행사를 시작으로 트럼프는 다음주 세 차례 대규모 유세를 계획했다. 12일 플로리다 올랜도, 13일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 등에서 잇달아 ‘공항집회’를 열고 표심 공략에 나선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6∼9일 설문)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4%로, 트럼프 대통령(42%)보다 12% 포인트 앞섰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완치 판정과 상관없이 유세를 강행하는 것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0-10-12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