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 젤리 매일 한봉지 반 먹은 美 남성 5주 만에 사망

감초 젤리 매일 한봉지 반 먹은 美 남성 5주 만에 사망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25 05:51
수정 2020-09-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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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초콜릿으로 코팅돼 단맛이 더욱 강한 리코리스(감초) 젤리. 매일 너무 많는 습관을 들이면 저칼륨혈증을 불러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다크 초콜릿으로 코팅돼 단맛이 더욱 강한 리코리스(감초) 젤리. 매일 너무 많는 습관을 들이면 저칼륨혈증을 불러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하고 있다.
AFP 자료사진
‘약방에 감초’란 말은 이 식물의 단맛이 한약 성분의 쓴맛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어떤 약재를 써서 한약을 짓더라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독 작용도 빼어나고 따듯한 성분이라 속을 편안하게 다스리기도 한다. 다만 고혈압이 있는 이들은 조심하라고 동의보감에도 안내돼 있다.

영어로는 ‘liquorice’다. 리코리스는 신기하게도 네덜란드와 북유럽 나라들에서 차나 젤리 같은 간식거리, 디저트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북유럽의 선물 파는 가게에 들러 리코리스 젤리를 사왔다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미국에서도 다크 초콜릿을 입힌 검정색 리코리스 젤리는 우리 기준으로는 형편없는 맛이고 모양도 흉측한데 운전하며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 은근히 단맛이 나오고 졸음을 쫓는 데도 좋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매사추세츠주의 54세 건설 노동자가 패스트푸드점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남자의 신원도 알려지지 않았고 날짜도 알려지지 않았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와 야후! 라이프 보도 등을 보면 이 남자는 갑자기 온몸을 덜덜 떨더니 차츰 의식을 잃었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는 36년 동안 매일 한 갑씩 담배를 피웠고, 헤로인 습관에다 C형 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한마디로 몸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복수의 의사는 그가 감초를 너무 많이 먹어 포타슘(칼륨) 수치를 현격하게 떨어뜨린 탓에 목숨을 잃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 남성은 매일 검정 리코리스 젤리를 한 봉지 반씩이나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는 심장마비로 실신하기 전에는 어떤 증상도 호소하지 않았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린 이 남성의 사례에서 의사들은 리코리스의 글리시리진의 산 성분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 엘레이저 R 에델만 박사는 “이 환자가 부실한 식단에 사탕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의 질환이 사탕 소비와 연결돼 있었을 수 있다. 글리시리진 산은 고혈압, 저칼륨혈증(Hypokalemia), 대사성 알칼리증(Metabolic Alkalosis), 치명적인 부정맥(不整脈-Arrhythmias), 신부전(腎不全-Renal failure) 등의 원인이 되는데 이 환자에게선 모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원래 붉은 과일 단맛이 트위스트(감귤 조각)를 즐겨 먹다가 죽기 몇 주 전 검정 리코리스로 만든 것들을 먹는 식으로 습관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지목됐다. 다른 의사 앤드루 L 린드퀴스트 박사도 리코리스가 원인인 것 같다는 데 동의하면서 “리코리스 캔디로 최근 간식거리를 바꾼 것이 저칼륨혈증을 불러온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 남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만 유심히 살폈더라도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이 마흔을 넘긴 성인이 2주 동안 하루 2온스(56g)씩만 검정 리코리스 젤리를 먹어도 부정맥과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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