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비상사태 선포… 25곳 야간통행금지
백악관 한때 봉쇄… 경찰, 1669명 체포美 국방부 “4시간 내 군 투입 준비 완료”
당국, 가해 경찰 ‘3급 살인’ 혐의로 기소
꽃을 든 시민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분노로 가득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에서 자욱한 최루탄 연기 뒤로 진압 경찰들이 꽃을 든 시위 시민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숨 쉴 자유’를 상징하는 듯 꽃을 든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미니애폴리스 AP 연합뉴스
미니애폴리스 AP 연합뉴스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 엄포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앞서 29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의 보안 요원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3명이 사망해 이를 ‘국내 테러’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한 가운데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윗은 시위대를 더욱 자극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백악관으로 몰려들어 비밀경호국과 대치를 벌였고, 안전을 우려한 백악관은 한때 봉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가 올린 ‘총격’ 발언은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다. 미 사회에 인종차별이 횡행했을 때 발언이 50여년 만에 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나오자 시위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터는 이를 폭력 미화 행위로 규정하고 ‘보기’를 클릭해야 원문을 볼 수 있도록 제한해 다시 한번 트럼프의 트윗을 차단했다.
낮 동안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늦은 밤부터 과격 유혈시위로 변질됐고, 약탈 행위도 극심했다.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서가 시위대의 공격에 불타기도 했으며, 일부 도시 유명 빌딩은 외벽이 플로이드의 마지막 절규인 ‘숨쉴 수 없다’는 구호로 뒤덮이는 등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행위)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도둑 된 시민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와 약탈 등이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여성들이 시위로 파손된 유명 속옷 매장에 들어가 물품을 갖고 나오고 있다. 당초 평화롭게 시작했던 각 지역의 시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과 맞물리며 갈수록 격화돼 폭력과 방화 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 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AP 연합뉴스
가해 경찰관 데릭 쇼빈이 3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것도 민심을 험악하게 만들었다. 시위대와 유족은 1급 살인 혐의 적용과 함께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경찰관 3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저소득층 유색인종에 집중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염병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또다시 인종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디언은 미 민주당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트윗 발언은 분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하고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6-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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