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WMD 용납하지 않을 것” 경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에 열린 콘퍼런스 강연을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의 답을 듣는 대로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의 언급을 반복하면서도 ‘기회가 있을 때 협상에 나서라’는 식의 압박성 발언도 병행했다.
심지어 북미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한국과 일본 내에서 핵무장 검토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모교인 미시간대 강연 및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건 대표 강연의 방점은 기본적으로 북한에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데 찍혀 있었다. 그는 “우리는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에 명확히 해왔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집중적인 협상을 시작하면 우리는 지도자들이 검토할 수 있는 더 많고 나은 선택지들 창출을 위한 조치를 직접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일단 협상 테이블로 나와 협상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협상 진행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안보적 이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이러한 유화 메시지에 압박성 메시지를 더했다. 그는 “북한은 협상에 장애가 되는 활동을 치워두고 대신에 기회가 지속하는 동안 관여 기회를 추구해야 한다”며 기회가 언제까지 지속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반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미 협상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핵무장 검토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핵 능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술과 결합해 한국과 일본 등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어떤 시점에 한국이나 일본, 여타 아시아국가에서 그들의 핵 능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며 언급한 것이기는 하지만 비건 대표가 직접 한일 등의 핵무장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는 재개가 지연되고 있는 북미 협상이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의 위험성을 부각해 북한에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일 등의 핵무장 문제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추가적 역할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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