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 중립성 폐지”… 구글 등 타격 불가피

美 “망 중립성 폐지”… 구글 등 타격 불가피

심현희 기자
입력 2017-11-22 22:48
수정 2017-11-2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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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C, 새달 회의서 최종 결정… AT&T 등 통신사 영향력 커져

차별적 요금 부과·접근성 통제 등 인터넷 사업자·소비자 피해 우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도입한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디지털 생태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망 중립성이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가 데이터의 용량과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 속도 등 어떠한 차별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AT&T 등 네트워크 기업은 영향력이 커지고,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서비스 기업은 타격을 입게 된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FCC는 다음달 14일 FCC 회의에서 망 중립성 원칙의 전면 폐지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나의 제안에 따라 연방정부가 인터넷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망 중립성 반대론자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위원장에 임명되자 자신의 최우선 순위 과제로 망 중립성 원칙 폐지를 꼽아 왔다.

FCC의 망 중립성 원칙 폐지 예고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현재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해도, 네트워크 사업자가 고의로 속도를 떨어뜨리거나 차별적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AT&T와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접근에 더 많은 이용료를 부과하고 경쟁 콘텐츠의 로딩 속도를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자사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 중인 AT&T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기업들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 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발해 왔다. 버라이즌은 이날 성명에서 “파이 위원장의 발표를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과 소비자 단체는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네트워크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인터넷 콘텐츠를 취사선택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폐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넷플릭스와 같은 대용량 콘텐츠 사업자는 추가 요금을 내고 이른바 ‘고속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이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불하는 사용료에 추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통신사 및 케이블TV 업체들이 자사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우대적 혜택을 제공해,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줄리어스 제나초위스키 전 FCC 위원장은 “반(反)차별과 투명성을 위한 망 중립성 원칙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폐지 이후 인터넷 공간의 통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거대 통신사들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제해 수백만명의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인터넷 언론의 자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7-11-2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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