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사진사, 백악관 집무실 진입 보안침해 가능성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동 취재가 러시아 언론에만 허용돼 뒷말을 낳고 있다.1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접견하는 자리에 미국 언론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백악관은 애초 두 사람의 만남을 언론 비공개로 공지했다.
문제는 취재가 제한된 미 언론과 달리 러시아 언론은 회동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는 데 있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동이 끝나고 몇 분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러시아 관영통신사인 타스도 회동에 합석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라브로프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함께 웃는 사진을 내보냈다.
러시아 측이 재빠르게 사진을 공개했지만 백악관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아침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집무실 취재가 공지되긴 했지만 기자들이 집무실에 갔을 때는 라브로프 장관 대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이 앉아있었다고 CNN 등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은 ‘러시아 유착’ 수사를 지휘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전격 해임된 다음 날 이뤄져 더욱 주목받았다.
코미 국장 해임으로 워싱턴 정가가 시끄러운 가운데 백악관이 키슬랴크 대사의 참석 사실을 보도자료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도 논란을 불렀다.
키슬랴크 대사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 보좌관은 키슬랴크 대사와 접촉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논의하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백악관은 다만 러시아 언론의 취재만 허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한 보좌관은 “우리 측과 그들(러시아)의 공식 사진사가 현장에 있었다. 그게 전부다”라고 일축했다. 타스통신 기자를 러 정부 공식 사진사로 지칭한 것이다.
러시아 측이 찍은 사진만 나오자 회동 보도를 해야 하는 미 언론들은 사진 사용을 두고 어려움을 겪었다.
CNN은 러시아 외무부 등의 출처를 밝히고 사진을 사용했다. CNN의 앵커 울프 블리처는 “미국의 카메라 풀기자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는 방송에서 아예 사진을 내보내지 않았다.
백악관 집무실에 러시아 취재진의 진입을 허용한 점을 두고 보안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안보고문을 맡았던 콜린 칼은 트위터에 “러시아 정부 사진사와 그들의 장비를 백악관 집무실에 들이도록 한 게 좋은 생각이냐”고 꼬집었다. kong7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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