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 이민자 수천명 美50개 도시서 反트럼프 시위

트럼프 취임 앞두고 이민자 수천명 美50개 도시서 反트럼프 시위

입력 2017-01-15 10:26
수정 2017-01-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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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파묻게할 수 없다”…불법체류자 추방유예정책 유지 촉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6일 앞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이민자들의 ‘반(反) 트럼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성토하고 이민자의 권리보호를 촉구하는 이날 시위에는 수 천 명이 참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전했다.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 종교지도자, 여성·노동단체 인사도 시위에 가세했다. 워싱턴DC, 시카고,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산호세, 피닉스를 비롯해 전국 50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DC의 시위는 메트폴리탄 AME 교회에서의 집회로 시작됐다.

이 행사에서 한국에서 6살 때 이민 온 맥스 김(19)은 “많은 사람이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증오와 불관용 때문에 자신들의 지위에 대해 수치스러워하고 있지만 나는 그런 지위에 부끄럽지 않다. 그것은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민주ㆍ메릴랜드)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유의 여신상을 땅에 파묻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모두의 국가”라고 말했다.

1천 명 이상이 참가한 거리행진은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이끌었다. 이들은 “정의 없이 평화 없다”, “트럼프의 증오에 저항하라”, “우리는 모두 미국”, “우리는 미국에 살기 위해서 온 것”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거나 구호를 외쳤다.

시카고에서도 1천 명 이상이 교사노조 시설에 운집했다.

론 테일러 목사는 연설을 통해 “앞으로 며칠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우리는 신이 악을 물리칠 것으로 믿는다”면서 “여러분 한명 한명이 혼자가 아니다”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일본-미국위원회’라는 단체 소속인 마이클 다카다는 “추방 기계를 저지하자”고 저항을 호소했으며, ‘시카고 이슬람위원회’의 바삼 오스만 의장은 기도를 통해 “이 곳은 트럼프의 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의 시위는 1월 20일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이들에게 닥칠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행정명령인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를 ‘트럼프 정부’에서도 지속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 제도로 이민자 지위를 보호받는 사람이 현재 7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또 연방 정부의 압박이 있더라도 시장, 지방의원 등 지방 정부 차원에서 이민보호 조치를 가동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피닉스 집회에 참가한 리카르도 자무디오는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꿈과 가족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인 크리스티나 지메네즈는 “추방 위협이 임박한 것 같다. 그러나 계속 싸울 것”이라며 신분을 숨기고 사는 생활로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 언론들은 대부분 반 트럼프 성향인 30여 개의 단체가 이번 시위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참가자 대다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다음날인 21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여성의 행진’ 때 다시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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