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이어 태평양사령관도 변화 시사
해리스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안보리 제재 합의 과정 中과 ‘밀월’ 관측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밀월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 이어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기존 강경한 입장에서 선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합의 과정에서 미·중이 사드 관련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질문에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이지, 아직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하지는 않았다”며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중국의 반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계없이 북한의 도발을 방어하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주목된다.
앞서 케리 장관도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 기회에 급급하거나 초조한 것이 아니다. 사드 배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배치된 것도 아니다”라고 비슷하게 언급, 달라진 분위기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한국이 최종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한반도 반경을 훨씬 넘어 중국 내부에까지 도달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사드 배치로 중국의 국익이 위험해지고 위협받을 수 있다”며 “중국의 정당한 안보이익이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합리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중이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물론, 3월 말 핵안보정상회의와 기후변화·경협 등 협력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사드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며 “한·미 간 공조가 약해진다면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익을 고려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2-2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