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델, EMC 인수… 빅데이터로 승부수

[글로벌 경제] 델, EMC 인수… 빅데이터로 승부수

오상도 기자
입력 2015-10-13 23:10
수정 2015-10-1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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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가격 670억弗… IT업체 역대 최고

미국의 컴퓨터 제조기업인 델이 세계 최대 데이터 저장기업인 EMC를 670억 달러(약 76조 6000억원)에 인수한다. 지난 5월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인수한 것보다 무려 300억 달러나 많아 정보기술(IT) 기업 인수 사상 최고 금액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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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델
마이클 델
IT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은 EMC 주주 승인 등을 거쳐 내년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1984년 설립된 컴퓨터 제조사인 델은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급성장으로 컴퓨터 수요가 감소하면서 고전해 왔다. 델은 애초 EMC 인수를 추진했던 휴렛팩커드(HP)가 인수를 포기한 직후 관심을 기울여 왔고, 지난주 본격적인 마무리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창립한 EMC는 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하나로 연매출이 200억 달러가 넘는다. 정보 관리와 저장을 책임지고, 관련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을 생산한다. 본사는 미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에 있다. 델과 EMC의 합병이 완료되면 전통적인 기업 IT 인프라 솔루션 시장은 델, HP, IBM, 시스코의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과 사모투자사인 실버 레이크는 현금과 지분 교환을 합쳐 주당 33.15달러에 EMC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델의 창립자 마이클 델은 실버 레이크의 지지 아래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브라이언 마 애널리스트는 “델은 최근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기업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인수로 델은 EMC가 80% 지분을 가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VM웨어도 갖게 됐다. 또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모바일,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니게 됐다. 이 중 ‘미래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 분야는 블루오션이 될 전망이다. 원유를 찾아낸 뒤 정제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내듯이 거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정리하고 다듬으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는 정보의 생성 방식과 양, 주기, 형식 등이 망라된 거대한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게 IT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빅데이터는 모든 정보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에서 더욱 강조된다.

한편 델의 이번 EMC 합병을 두고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가 불거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잇따라 거액의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한 델의 자금 사정 탓이다. 앞서 델 CEO는 2013년 사모투자사인 실버 레이크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250억 달러를 조달해 델의 주식 75%를 다시 사들였다. 상장 폐지까지 하며 개인 기업으로 전환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도 은행 차입과 신주 발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400억 달러를 외부에서 조달했다. 무리해 보이는 거래의 이면에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컴퓨터 제조사 델의 불안한 입지가 자리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5-10-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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