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서 부활한 ‘東海’

美 버지니아서 부활한 ‘東海’

입력 2014-02-08 00:00
수정 2014-02-0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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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동해병기법 압도적 찬성

“한국 국가에는 동해가 나옵니다. 2000년 넘게 쓰여 온 동해 명칭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삭제됐습니다. 이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

6일 낮 12시 40분(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주의회 의사당 본회의장에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인이 아니라 티머시 휴고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 파란 눈의 미국 정치인 입에서 애국가 가사 얘기가 나오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100여명의 한인 교포는 감개가 무량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와 함께 ‘동해’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HB 11)을 발의한 휴고 의원은 5분여간 열정적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국계 마크 김 민주당 하원의원은 일제시대 때 자신의 부모가 한국 이름을 쓰지 못했던 사연 등을 10여분간 절절히 소개함으로써 장내를 숙연케 했다. 잭슨 밀러 의원은 지지 발언 끝에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반면 조니 조아노 등 일부 의원이 “교과서 문제는 버지니아주의회가 다룰 사안이 아니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밝히자 교민들은 긴장했다.

오후 1시 드디어 법안에 대한 전자 표결이 이뤄졌고 즉각 전광판에 ‘찬성 81표, 반대 15표’라는 압도적 표결 결과가 나타났다. 소음이 금지된 본회의장 내부여서 교민들은 환호를 하지는 못했지만 얼굴엔 흥분이 가득했다. 이런 열정을 감지한 듯 퇴장하는 한인들에게 의사당 직원들은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본회의장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300여명의 한인들은 본회의장 밖에 마련된 멀티비전을 통해 본회의장 내부를 지켜봤고, 법안이 통과된 순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그 중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같은 내용의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됐기 때문에 이제 주의회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동해 병기 법안 통과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사례여서 국제적으로 동해 명칭이 확산되는 중대한 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날 의사당에는 NHK, 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물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언론까지 몰려 한·중·일 3국 기자들간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졌다. 한 의회 직원은 “주의회 역사상 이렇게 많은 동양계 방청객과 취재진이 몰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의회 문을 나서는 기자에게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던 노랑머리의 직원이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줬다.

리치먼드(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2014-02-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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